박정미 라인메쎄 사장(오른쪽)이 한남동 본사에서 직원과 독일전시회에 참가할 국내 중소기업들의 지원전략을 짜고 있다. 김낙훈 기자
박정미 라인메쎄 사장(오른쪽)이 한남동 본사에서 직원과 독일전시회에 참가할 국내 중소기업들의 지원전략을 짜고 있다. 김낙훈 기자
독일은 전시회의 메카다. 세계 유명 전시회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독일에서 열린다. 오랜 역사와 막강한 제조업, 글로벌 네트워크가 자산이다. 독일 전시회 중 뒤셀도르프와 쾰른의 전시회 참가를 돕는 기업이 한남동에 있는 라인메쎄다.

의료용 재료 등을 만드는 충북 오송에 있는 메타바이오메드가 수출기업으로 도약한 것은 독일 전시회에 참가하면서부터다. 이 회사의 오석송 회장은 생분해성 수술용 봉합사를 개발 중이던 2000년대 중반, 뒤셀도르프의 세계적 의료기기 전시회인 ‘메디카(Medica)’에서 독일 비브라운이라는 업체로부터 주문을 따냈다. 완제품을 아직 생산하기 전이어서 샘플만으로 오더를 확보한 것이다. 해외 오더는 기업 성장의 촉진제가 됐다. 이 회사처럼 독일 전시회 출품을 통해 해외 바이어를 만나고 수출 길을 뚫은 기업은 셀 수 없을 정도다.

독일 산업 중심지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에 있는 뒤셀도르프와 쾰른의 전시회 한국 대표부를 맡고 있는 기업이 라인메쎄(사장 박정미)다. 본사는 서울 한남동에 있다.

이 회사의 주업무는 주최자를 대신해 한국 업체와 관람객 등에게 출품과 부스 확보, 관람 안내 등 일괄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친다. 연간 라인메쎄를 통해 독일 전시회에 출품하는 국내 기업은 700여개에 이른다. 전시회 참관객은 약 3000명에 달한다.

어린 시절 독일에서 살았고 대학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한 박 사장은 1988년 주한 독일상공회의소에 입사하면서 전시산업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27년 동안 전시산업 노하우를 쌓았다. 그는 독일 전시회를 한마디로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 경영을 돕는 해외 영업 전진기지”라고 정의했다. 왜 그럴까.

독일은 전시회 중심지다. 의료기기 전시회를 비롯해 인쇄기계 자동차 건설기계 사무용품 재활기기 등 수많은 전시회가 열린다. 박 사장은 “세계 유명 전시회 중 3분의 2가 독일에서 열린다”고 말했다. 뒤셀도르프와 쾰른에서 열리는 전시회만 해도 게임전시회, 식품전시회, 산업안전보건전시회, 의료기전시회, 사진영상전시회 등 약 50개에 이른다. 박 사장은 “이 중 절반 이상이 해당 분야에서 세계 최대 전시회”라고 설명했다.

독일의 전시산업이 강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제조업이 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가 없는 자동차 전시회를 생각할 수 없다.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와 같은 최고급 브랜드도 독일 기업 소유다. 독일 기업이 참가하지 않는 자동차 전시회는 상상하기 힘들다. 이런 제조업의 막강한 힘이 독일 전시회에 날개를 달아준다.

둘째, 거미줄 같은 해외 조직이다. 메디카로 유명한 ‘메쎄뒤셀도르프’는 해외 약 100개국에 대표부를 두고 있다. 이를 통해 해외 산업의 트렌드를 수집하고 주요 기업의 신제품 동향도 파악한다.

박 사장은 오랜 전시 노하우뿐 아니라 적극적인 성격을 지녔다. 그의 취미는 라틴퍼커션과 요가, 등산, 자전거, 스노보드, 골프 등 다양하다. 이 회사의 업무는 리서치, 광고, 행사 대행 등 다루는 영역이 다양하기 때문에 마케팅에 가깝다. 대부분 감성과 두뇌 활동을 요하는 일이 많다 보니 생활의 균형을 위해서도 주말엔 운동을 한다. 그는 “생각지도 않게 지금까지 배운 운동이 업무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수시로 기업과 소통하며 대형 전시회 참가를 꼼꼼히 지원한다. 한국 기업들이 독일 전시회를 글로벌화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원스톱 서비스를 한다.

박 사장은 “뒤셀도르프와 쾰른에 참가하는 국내 기업은 주최 측에 이메일이나 전화를 하지 않아도 전시회에 참가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며 “적절한 전시회 선택부터 참가 신청, 전시 준비, 홍보, 부스 인테리어, 현장 지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논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전시회 전문가인 8명의 정예직원을 두고 있다. 이 중 6명은 국내, 2명은 뒤셀도르프에 주재하고 있다. 독일 전시회가 다른 국가 전시회와 다른 점은 ‘종합전시회’가 아니라 업종별로 특화한 ‘전문전시회’라는 것이다. 기업체 관계자만 입장시켜 철저히 비즈니스 중심으로 운영한다. 전시회 규모가 커서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준비되지 않은 기업에는 버거운 곳이기도 하다.

박 사장은 “독일 전시회는 미국 등에 비해 참가비(부스 임차료)가 저렴하다”며 “이는 중소기업의 나라답게 애초부터 이런 산업 전시회가 자국의 중소기업 판로 및 마케팅 지원에 비중을 두고 마련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요즘 한국 기업이 독일 전시회에 관심을 많이 가져 부스를 잡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주요 전시회는 4~5년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박 사장은 “과거엔 잠재력 있는 참가 업체 유치에 많은 비중을 뒀지만 요즘은 한국 기업을 위한 부스 확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소개했다.

김낙훈 기자
김낙훈 기자
라인메쎄는 한국 기업들이 독일 전시회 참가시 경쟁력 있는 부스 디자인을 제공하기 위해 2007년 독일지사를 설립했다. 박 사장은 “과거엔 단순히 전시회 참가에 의미를 뒀지만 이제는 많은 기업이 제품을 돋보일 수 있는 부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며 “같은 제품이라도 노점 매대에 있는 것과 백화점 매장에 있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을 줄여야 하는 중소기업을 위해 부스가 작아도 조명과 그래픽으로 보완해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인메쎄는 독일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최고의 해외대표부상을 쾰른 뒤셀도르프 등으로부터 받았다. 박 사장은 “아마도 언어 구사력이 뛰어난 우리 직원들이 양국의 문화와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고 양측 간 소통을 도운 것을 높이 평가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국내 중소기업의 국제화에 이바지한 공로로 2011년 중소기업청장상도 받았다.

박 사장은 올해 가장 보람 있는 일로 한국이 ‘독일 국제산업안전·보건전시회(A+A 2015)’의 파트너로 선정된 것을 꼽았다. 그는 “60년 전통의 이 전시회에 동반 국가로 지정받은 나라는 러시아, 폴란드, 터키에 이어 네 번째”라며 “전시기간 중 한국을 집중 홍보하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벌어진다”고 소개했다.

이 전시회에는 한국보호구협회, 한국섬유수출입조합 등이 구성하는 한국 공동관이 마련된다. 박 사장은 “50여개 기업이 이곳에서 해외 마케팅 활동을 벌일 예정”이라며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