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카드로 성장한 코나아이, 핀테크로 글로벌시장 접수 나섰다
예전에 버스를 탈 때 사람들은 토큰과 승차권(회수권)을 냈다. 토큰은 1999년 서울에서 사라졌다. 회수권은 2008년 광주에서 쓰인 게 광역자치단체에서는 마지막이었다. 토큰과 회수권을 없앤 주역 중 한 명이 조정일 코나아이 대표(사진)다. 그는 1995년 대우통신을 그만둔 뒤 교통카드와 결합한 전자화폐 개발에 매달렸다. 1998년 회사를 차려 본격적으로 보급에 나섰다. 그가 만든 교통카드 시스템은 토큰과 회수권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했다.

◆글로벌 스마트칩 회사로 성장

조 대표가 이끄는 코나아이의 작년 매출은 2142억원이다. 매출의 70%인 약 1500억원을 해외에서 올렸다. 조 대표는 “국내 소프트웨어업체 중 해외 매출이 이렇게 많은 회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나아이가 개발한 금융결제 관련 소프트웨어 및 운영체제(OS)를 쓰는 은행은 미국 씨티은행,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중국농업은행, 중국건설은행 등 400곳에 달한다. 태국 전자주민증에도 코나아이의 기술이 들어가 있다.

교통카드로 성장한 코나아이, 핀테크로 글로벌시장 접수 나섰다
조 대표는 성장 비결에 대해 “20년간 한 방향으로 달려온 것이 한 축이고 다른 하나는 항상 세계시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한 방향은 요즘 말로 하면 핀테크(금융+기술)다. 그는 “교통카드도 결국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결제시스템이기 때문에 핀테크라고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교통카드 사업에 성공한 코나아이는 2001년 코스닥시장 상장 후 사업 방향을 세계시장으로 잡았다. 교통카드에 전자화폐를 결합해 해외시장 문을 두드렸지만 실패했다. 국내에서는 대기업들이 교통카드시장에 밀려들었다.

조 대표는 “2003년 교통카드시스템 사업을 접고 자산을 매각해 마련한 200억원을 신사업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등에 들어가는 스마트칩과 OS에 투자한 것이다. 국내 스마트칩 시장 1위 기업으로 자리잡은 코나아이는 미국 유럽 중국 등 70여개국에 금융 관련 소프트웨어와 OS를 수출하고 있다. 신한은행 등 시중 대형 은행들도 코나아이 칩을 쓰고 있다. 2011년 월드클래스300에 선정되기도 했다.

◆사물인터넷이 미래동력

조 대표는 “수년 내에 매출 1조원이 넘는 회사를 만들겠다”며 “10년 뒤엔 금융결제, 보안인증, 정보기술(IT) 관련 솔루션 및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가 돼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출 1조원을 올릴 방법에 대해 그는 “조만간 발표할 코나페이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코나페이는 모바일 결제를 위한 국제규격(EMV)에 맞춘 핀테크 플랫폼이다.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모바일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모든 결제를 할 수 있다. 조 대표는 “페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각종 서비스가 나오지만 대부분 해외에서 쓸 수 없고, 카카오페이라고 하면 카카오시스템에서만 사용 가능한 인하우스 솔루션”이라고 지적했다.

코나페이는 세계시장을 겨냥했기 때문에 국제규격에 맞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코나페이에 대해 “쉽게 말해 카드로 치면 세계 어디서나 결제할 수 있는 비자·마스타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코나아이가 갖고 있는 보안인증 기술이 광범위하게 쓰일 것이라는 얘기다. 조 대표는 “앞으로는 많은 기기가 사용자 인증을 거쳐야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코나아이가 보유한 보안 OS기술은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