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극(北極), 경제적 기회와 글로벌 협력의 무대
지난 7일 인천 송도에서는 한국의 북극이사회 옵서버 가입 2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한국의 쇄빙선인 아라온호 선상에서다. 지난 14일에는 ‘유라시아 친선특급’ 열차가 하나 된 유라시아 대륙의 꿈을 싣고 19박20일의 대장정에 올랐다. 그 발대식을 보며 필자는 북극을 떠올렸다. ‘21세기 신실크로드’가 될 북극해를 향한 정책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라는 큰 그림 속에서 추진되고 있는 까닭이다.

수천년 동안 은둔과 신비의 땅이었던 북극은 20세기 초에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감동적 탐험의 무대였고, 2차대전 이후에는 전략적 요충지이자 냉전시대의 은밀한 각축장이었다. 그런 북극이 우리에게 현실감 있게 다가서기 시작한 것은 20여년 전의 일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북극의 해빙과 이에 따른 북극 항로의 개설, 북극해에 매장된 광물과 수산자원의 경제적 가치가 국제사회의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북극이 완전히 해빙되면 북극해는 아시아, 유럽, 북미로 둘러싸인 ‘또 하나의 지중해’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의 북극 항로는 기존 수에즈 운하 항로보다 30%나 단축된다. 북극에는 전 세계 미개발 석유와 가스가 각각 13%, 30% 매장돼 있고, 2020년께에는 전 세계 어획량의 약 37%가 북극해에서 포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북극의 해빙은 인류에게 엄청난 경제적 기회를 약속하고 있지만, 환경론자들은 ‘북극쟁탈전’과 과열된 ‘콜드러시(Cold Rush)’가 북극의 환경과 생태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다행히 1990년대 초 탈냉전은 북극문제에 대한 국제적 협력 분위기를 고무시켰다. 소위 ‘얼음냉전’을 촉발할 수도 있는 해양경계 획정과 관할권 문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국제사회는 다자주의를 통한 협력의 제도화를 그 해법으로 선택했다. 1996년 북극이사회의 출범은 그런 노력의 출발점이었다. 국가 간 경쟁과 대립을 지양하고, 북극문제의 조화로운 해결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국제사회가 공동의 지혜를 모으기로 한 것이다.

한국은 세계 8위의 과학기술 국가로서 북위 79도에 있는 스발바르제도의 다산과학기지와 아라온호, 그린십 건조기술 등을 기반으로 북극의 지속가능 개발이라는 공공선을 창출하는 데 적극 기여하고 있다. 북극 활동에 참여한 지 10여년 만에 한국이 북극이사회 옵서버 지위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 2년간 한국은 북극권 국가들과 북극 협력을 주요 현안으로 논의했으며, 지난해 9월에는 한·노르딕 외교장관 회의를 처음 개최해 북극이슈에 대한 기여의지를 전달했다. 지난달에는 북극대사도 임명했다.

비록 북극해 연안국은 아니지만, 한국은 북극문제에 대한 국제협력에서 이미 중요한 행위자로서의 역할을 인정받고 있다. 필자가 작년 이맘때 세계경제포럼(WEF) 북극협의회 위원으로 위촉된 것도 한국의 역할을 국제사회가 인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한국의 북극 활동은 주로 과학기술 연구에 치중됐다. 이제는 북극의 전략적 가치와 경제적 잠재력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북극 활동의 외연을 투자 및 경제활동 영역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지난 4월부터 2년간 북극이사회 의장국을 맡고 있는 미국과 북극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우리 기업들도 적극 참여해 민관 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결코 상업적 이익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인류의 미래를 위한 공공선에 기여한다는, 좀 더 글로벌하고 전략적인 시각에서 경제적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그리할 때, 북극은 한국의 국격과 위상에 걸맞은 새로운 기회의 땅과 바다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올 것이다.

조태열 < 외교부 2차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