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으로 들어온 휴가철 공항…엘름그린·드라그셋, 23일부터 플라토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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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공항은 비일상적인 설렘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모르는 사람들과 탑승 수속을 지루하게 기다리는 공간이기도 하다. 여행이 제대로 시작되지도, 끝나지도 않은 어중간한 지점에서 사람들은 잠깐 모였다가 각자의 목적지로 흩어진다. 이런 공항 풍경을 통해 일상과 비현실 사이를 되짚어보는 전시가 열린다. 오는 23일부터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열리는 ‘천 개의 플라토 공항’전이다.
유럽의 2인조 예술가 팀 마이클 엘름그린과 잉가 드라그셋은 플라토미술관 공간 전체를 가상의 공항으로 만들었다.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면 여기저기 놓인 ‘플라토 공항’ 수하물 카트 위로 비행기 이륙 일정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보인다. ‘출발’이라는 작품이다. 여느 공항을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지만 취항지 목록이 낯선 느낌을 준다. 홍콩 드레스덴 로스앤젤레스 등 실제 도시명과 북아프리카의 고대 도시 이름인 카르타고, 남아메리카의 전설 속 황금 도시 엘도라도 등이 나와 있다. 현실과 허구를 오가는 모습이다.
전시장은 조각과 설치, 영상작품 30여점을 통해 공항의 모순적 특성을 보여준다. “공항은 사람들이 일상을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거치는 곳이지만 보안 조치, 좌석 등급별로 다른 항공요금, 시간표 등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공간”이라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보안검색대처럼 생긴 조형물을 통과해야 본 전시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따금 나오는 안내방송과 ‘이 공간은 당신의 것일 수 없다’는 문구가 적힌 광고판도 공항은 사람들이 통제하에 잠시 스쳐 가는 곳임을 드러낸다.
실제 공간을 색다른 맥락 속으로 옮겨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작업을 주로 하는 작가들은 현금인출기나 화물 상자, 아기가 있는 요람 등 공항에서 볼 수 있는 소재를 별다른 설명 없이 전시장에 배치했다. 관람객이 공항에서 겪은 각자의 경험을 떠올리며 작품을 해석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설치작품 '미수취 수하물'은 수하물 벨트에 놓여 끊임없이 돌아가는 여행가방을 보여주며 관람객의 상상을 자극한다.
드라그셋은 “공항은 속도와 기다림, 긴장과 이완이 공존하는 모순된 장소”라며 “어디로도 연결되지 않은 공항이라는 독특한 배경에서 관람객이 저마다 자신만의 단편소설을 하나씩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월18일까지. 1577-7595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유럽의 2인조 예술가 팀 마이클 엘름그린과 잉가 드라그셋은 플라토미술관 공간 전체를 가상의 공항으로 만들었다.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면 여기저기 놓인 ‘플라토 공항’ 수하물 카트 위로 비행기 이륙 일정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보인다. ‘출발’이라는 작품이다. 여느 공항을 옮겨놓은 듯한 모습이지만 취항지 목록이 낯선 느낌을 준다. 홍콩 드레스덴 로스앤젤레스 등 실제 도시명과 북아프리카의 고대 도시 이름인 카르타고, 남아메리카의 전설 속 황금 도시 엘도라도 등이 나와 있다. 현실과 허구를 오가는 모습이다.
전시장은 조각과 설치, 영상작품 30여점을 통해 공항의 모순적 특성을 보여준다. “공항은 사람들이 일상을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거치는 곳이지만 보안 조치, 좌석 등급별로 다른 항공요금, 시간표 등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공간”이라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보안검색대처럼 생긴 조형물을 통과해야 본 전시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따금 나오는 안내방송과 ‘이 공간은 당신의 것일 수 없다’는 문구가 적힌 광고판도 공항은 사람들이 통제하에 잠시 스쳐 가는 곳임을 드러낸다.
실제 공간을 색다른 맥락 속으로 옮겨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작업을 주로 하는 작가들은 현금인출기나 화물 상자, 아기가 있는 요람 등 공항에서 볼 수 있는 소재를 별다른 설명 없이 전시장에 배치했다. 관람객이 공항에서 겪은 각자의 경험을 떠올리며 작품을 해석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설치작품 '미수취 수하물'은 수하물 벨트에 놓여 끊임없이 돌아가는 여행가방을 보여주며 관람객의 상상을 자극한다.
드라그셋은 “공항은 속도와 기다림, 긴장과 이완이 공존하는 모순된 장소”라며 “어디로도 연결되지 않은 공항이라는 독특한 배경에서 관람객이 저마다 자신만의 단편소설을 하나씩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월18일까지. 1577-7595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