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운영은 점주에 맡겨
통제 덜 받고 비용 적어 '인기'
편의점 등 소매점도 잇따라
◆자율 프랜차이즈는 점주 재량에 달려
서울 송파구 마천동에서 떡볶이전문점 ‘버벅이네’를 운영하는 양희광 사장(44)은 직장생활을 하다가 회사 구조조정으로 퇴직, 2013년에 창업했다.
버벅이네는 일반적인 프랜차이즈와는 다른 자율적인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떡볶이 관련 식재료를 생산하는 ‘강스푸드’가 운영하는 브랜드로 창업 초기에는 교육과 지원 등 가맹본부의 기능을 하고 가맹점 운영을 시작하면 철저하게 자율성이 보장되는 방식으로 가맹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테리어나 다른 디자인 사용에 관한 권리도 자유롭다. 창업자가 본사의 도움을 바라지 않고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해서 독창적으로 해도 상관없다. 점포 운영도 소스와 식자재만 공급받고 점포 운영에 관한 것은 점주 재량에 맡긴다.
양 사장은 “창업에 성공하고 실패하고는 개인적인 역량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 확고했기 때문에 간섭이 심한 일반 프랜차이즈 가맹본사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창업을 하고 싶어 버벅이네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양 사장은 본사로부터 2주간 조리교육을 받고 점포운영 교육 등 개점 이전까지 본사의 도움을 받았다. 양 사장 가게는 건물 지하 1층에 점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객이 많이 찾아온다. 다양한 떡볶이와 튀김 맛이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푸짐한 양도 경쟁력이다. 로열티가 없어 점포운영비가 절감되므로 고객에게 덤 마케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32㎡(약 40평) 규모인 이 점포의 한 달 매출은 2500만원, 순이익은 800만원 선이다.
◆외식업에서 소매업으로 영역 확산돼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개인이 하는 독립점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맹점주에게 돌아가는 마진이 적고 창업 비용이 많이 드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경영노하우를 전수받는 대가를 지불하기 때문이다. 일부 프랜차이즈 가맹본사는 광고비를 가맹점과 분담하는 경우가 흔하다. 자율 체인점이 하나둘씩 생겨나는 이유다.
자율 체인점(voluntary chain)은 이론적으로 상호만 서로 함께 쓸 뿐 매장 내의 상품이나 서비스, 인테리어 디자인 등 다른 모든 것에 대한 규제나 간섭을 하지 않는 형태의 체인이다. ‘볼런터리 프랜차이즈 시스템’이라고도 한다. 가맹비와 로열티가 없고, 본사와 가맹계약을 맺으면 가맹점은 식재료를 도매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본사의 검증된 소스나 메뉴, 마케팅 등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생존율 17%의 치킨업계에도 자율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있다. (주)선진VFC에서 운영하는 ‘치킨파티’다. 2011년부터 볼런터리 체인 시스템을 선보여 출시 4년 만에 120호점을 돌파했다. 시설비 880만원에 튀김기, 냉장고, 주방기기 등을 마진 없이 지원하기 때문에 창업비용에 부담감을 느끼는 창업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외식업 외에 슈퍼, 편의점 등 소매점 브랜드에도 자율형 체인이 생겨나고 있다. 자율형 편의점은 본사로부터 물품만 공급받는 형태로, 매출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지불해야 하는 기존 편의점보다 비용부담이 적다. 24시간 운영 여부를 점주 판단에 맡기는 브랜드도 있다. 썬마트, IGA마트 등 10여개 브랜드가 자율형 프랜차이즈 소매점에 해당한다.
추광식 썬마트 대표(49)는 “썬마트는 똑같은 간판을 쓰고 상품 공급을 본사에서 제공받을 뿐 점주 재량껏 사업을 펼쳐나갈 수 있는 자율형 슈퍼마켓”이라며 “본사에서 공급하는 가격이 대형마트 수준으로 저렴해 개인이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고 상품구색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