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과 효용을 따지는 주류 경제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선호하는 것을 많이 소비할 때 큰 만족감을 느낀다. 실제는 어떨까. 1958년부터 1991년까지 일본의 1인당 실질소득은 여섯 배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1958년과 1991년에 삶의 만족도를 평가한 평균 수치는 조금도 증가하지 않았다. 30여년간 물질적으로 풍요해졌지만 사람들은 더 행복해지지 않은 것이다.

브루노 S 프라이 스위스 취리히대 경제학과 교수는 《행복, 경제학의 혁명》에서 “고전 경제학과 주류 경제학으로는 사람들이 실제로 느끼는 행복과 만족감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둘 다 결과로서의 효용 개념을 이용해 만족감을 과대평가하기 쉽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적응’ 개념을 든다. 사람들이 기대 이상으로 승진하거나 돈을 더 벌게 되면 처음에는 기뻐하지만, 곧 새로운 상태에 익숙해진다. 경제발전이 삶의 만족도와 직결되지 않는 이유다.

저자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결과가 아닌 절차적 효용”이라고 주장한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똑같은 급료를 받더라도 보다 자율적이고 보람찬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소득 없이 비용만 발생시키는 자원봉사가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저자는 이런 연구 결과를 이용해 GNH(국민총행복) 개념을 공공정책에 도입하자고 제안한다. 그는 “사회적 관계나 자율성 등 사람들이 직접 느끼는 비물질적인 요인을 고려해 정책을 짜야 실질적인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