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찬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 의사를 표명하기로 결정했다. 해외 투기성 자본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합병 반대로 삼성그룹의 중장기 경영전략이 흔들리면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은 22조원에 달하는 삼성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10일 서울 논현동 기금운용본부에서 투자위원회를 열고 양사 합병 안건을 논의한 결과 찬성 입장을 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합병 시너지효과로 통합법인의 주가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국내외 증권사 분석 자료와 합병 후 배당성향 확대, 주주권익위원회 설치 등 삼성 측의 주주가치 제고 방안 등이 합병 찬성을 결정한 주요 근거가 됐다.

엘리엇매니지먼트 메이슨캐피털 헤르메스 등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이 잇따르는 상황도 고려했다.

국민연금은 애초 의결권 행사 방향을 민간자문기구인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사안의 중대성과 판단에 대한 책임성 등을 고려, 직접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기금운용본부가 직접 찬반을 결정한 것은 위기상황이 왔을 때 국내 기업에 대해 ‘백기사’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다만 내부 규정에 따라 이날 결정을 주주총회 전까지 외부에 공표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하면서 우호주주를 끌어들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삼성-엘리엇 간 승부의 추가 삼성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커졌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