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3.4%)보다 낮은 2%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 경제조사기관인 콘퍼런스보드는 9일(현지시간) 맨해튼 본사에서 열린 세계경제전망 세미나에서 “올해 글로벌 경제는 3% 성장조차 어렵다”고 예상했다.

바트 반 아크 콘퍼런스보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글로벌 성장률을 3.3%로 0.2%포인트 낮췄지만 이마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이라며 “글로벌 투자 부진과 생산성 악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콘퍼런스보드는 미국 경제에 대해 “예상보다 완만하고 불균형한 성장 경로가 예상된다”며 “올초 예상한 3%는커녕 2.5% 이상 성장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소비와 고용 회복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수요 부진에 따른 수출 감소와 투자 부진, 제조업 수주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역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한 차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올해 세계 경제의 최대 위협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증시 급락 등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펀더멘털(경제 기초여건)이 악화하면서 급격한 슬럼프에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징 시마 콘퍼런스보드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중국의 성장률은 기껏해야 6% 중반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콘퍼런스보드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대해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발생하더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1% 후반대의 성장세를 전망했다.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의 구제금융협상이 실패로 끝나고 그렉시트로 이어지더라도 금융시장의 충격은 단기간에 그치고, 스페인 등 다른 취약국가로 전이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