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건축비 6년6개월째 제자리…공공임대 품질도 그대로 묶였다
공공건설임대주택 표준건축비가 지난 6년6개월 동안 한 차례도 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건설업계에선 공공임대주택을 짓고 싶어도 낮은 건축비 때문에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동주 대한주택건설협회 주택정책부장은 “장기간 동결된 표준건축비 때문에 임대주택의 질적 저하가 심각하다”며 “늘어나는 임대주택 수요에 맞춰 주택 품질을 높이기 위해선 표준건축비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공공건설임대주택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택지지구에 짓는 5년 이상 임대주택을 말한다.

○6년6개월 동안 상승률 ‘제로(0)’

표준건축비 6년6개월째 제자리…공공임대 품질도 그대로 묶였다
표준건축비는 임대보증금, 임대료뿐만 아니라 향후 기업 이익과 연결되는 분양전환 가격의 산출 기준이 된다. 1999년 1월 도입 이후 2~4년마다 현실화가 이뤄져왔다. 그러나 2008년 12월 이후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12월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임금, 자재, 장비 등 원가(건설공사비지수)는 20.4% 올랐다. LH 등이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손실이 발생하면 재정으로 일부가 보전되지만 민간기업은 그럴 수 없는 게 문제다.

현재 공공임대주택 표준건축비는 전용면적 60㎡ 이상~85㎡ 미만 아파트 기준으로 ㎡당 평균 99만1000원이다. 택지지구 분양주택 기본건축비(144만9000원)의 68.4%에 불과하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표준건축비를 기본건축비의 90% 선까지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택지지구 내 분양주택 기본건축비는 자재 등 가격 변동을 감안해 6개월마다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임대주택은 이런 규정이 없다. 정부가 적절한 시기에 ‘알아서’ 조정을 해야 한다.

건설업계는 점점 임대주택에 등을 돌리고 있다. 한화건설 고위 관계자는 “건축 관련 규정은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간 차이가 없다”며 “임대아파트라고 벽지와 장판을 분양주택에 비해 68%만 깔 수도 없지 않냐”고 토로했다. 한화건설은 현재 충남 천안, 강원 등 택지지구에 토지를 확보해 놓고도 건축비 현실화 문제 때문에 1000여가구에 대한 임대주택 신규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낮은 건축비가 품질 저하 주범”

건설업계는 표준건축비를 동결하고 있는 국토교통부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입주자 모집공고 때와 달리 분양전환 시 어느 정도의 표준건축비 상승을 전제해 놓고도 동결하고 있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주택협회·대한건설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는 연대 서명을 통해 관련 규정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임대주택의 품질 저하는 분양·임대주택이 섞여 있는 아파트 단지 내 주민들의 위화감 조성에도 한몫하고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한 단지 안에 함께 살고 있는 분양·임대주택 거주자들이 서로 ‘집의 품질’ 등을 따져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지난 1월 ‘뉴 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정책을 발표하면서 공공임대주택 활성화도 언급했다. 3월 중 표준건축비 인상을 고시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진전된 것은 없다.

국토부 주거복지기획과 관계자는 “분양전환 가격은 기존 임대주택 거주민 부담과 연결되는 만큼 검토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