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협회는 기업의 서비스 디자인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서비스 디자인을 산업에 전파하고자 한국서비스경영학회와 공동으로 지난 5월20일 ‘2015 서비스 디자인 경진대회’를 열었다. 올해로 두 번째 열린 이번 대회는 유통, 통신, 금융 등 다양한 업종에서 총 16개의 사례가 출전해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산업계의 관심을 한층 고조시켰다. 서비스 디자인이란 고객의 잠재적 요구를 포착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실체화해 고객 서비스 경험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말한다.

◆진료과정 체계화로 대기시간 줄여

영예의 대상은 서울성모병원과 제일모직의 에버랜드리조트가 받았다. 서울성모병원은 환자의 동선과 진료과정을 체계화해 불필요한 대기시간을 줄였다. 예약, 접수, 진료, 검사, 수납으로 이어지는 기존의 병원 중심 프로세스를 버렸다. 병원 검색부터 귀가까지 모든 과정을 환자 중심으로 새로 짰다. 진료 과정에서의 행선지에 번호를 붙여 안내했고, 스스로 탈의할 수 있도록 종합탈의실을 마련했다. 그 결과 최장 대기시간이 23.2분 단축됐다.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에버랜드는 프리미엄 패키지로 충성고객의 만족도를 높였다. 에버랜드 프리미엄 패키지는 충성고객인 가족형 고객과 잠재고객인 기업 단체고객 확보를 위해 개발됐다. 기다림이 없는 맞춤형 서비스다. 전문가이드의 스토리텔링형 안내가 제공된다. 가족 방문객은 보다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고, 기업 단체고객은 팀워크를 증진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최우수상은 SK브로드밴드, 롯데렌터카,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롯데월드 어드벤처, 아주캐피탈, 파르나스호텔에 돌아갔다. SK브로드밴드는 자사의 인터넷TV인 B tv에 영유아를 위한 ‘키즈존 서비스’를 만들었다. 화면 조작 및 구성은 아이에게 재미있고, 엄마에겐 쉽게 꾸몄다. 진입점을 분리시켜 아이들에게 적합한 콘텐츠만이 재생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영유아를 둔 부모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롯데렌터카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혁신해 자동차생활 포털사이트를 열었다. 공급자 위주로 설계된 사이트를 고객 관점에서 완전히 새롭게 설계했다. 어떤 웹브라우저를 쓰든 문제없다. PC나 태블릿, 모바일 어떤 곳에서도 불편함 없이 접속할 수 있다. 텍스트보다는 인포그래픽과 키워드를 중심에 배치하고, 회원 가입과 예약 절차를 간편화했다. 덕분에 홈페이지를 통한 렌터카 예약 시간은 90초가 줄었다. 홈페이지 방문자 수와 예약비중, 견적문의도 함께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은 가족 단위 방문고객이 늘면서 그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성을 느낀 데서 출발했다. 자녀 동반 가족고객은 백화점 전층을 이용하고 일반고객 대비 장시간 체류한다. 이들을 위한 편리한 쇼핑 환경, 다양한 체험과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과제였다.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은 유모차 대여 및 반납 장소, 물품보관소를 확대했다. 유모차 전용 주차장을 신설하고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제공했다. 글램핑존을 만들고 고객참여형 ‘플레이 맵’ 이벤트를 열어 백화점을 단순한 쇼핑 장소가 아니라 놀이와 체험 공간으로 바꿔놓았다.

이 밖에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고객 접점에 있는 파트타임 직원인 캐스트들의 근무만족도를 개선해 테마파크 이용객의 만족도를 높였고, 아주캐피탈은 고객의 불만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아주캐피탈에 대한 신뢰로 바꿔놓았다. 파르나스호텔은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채널 등을 활용해 고객과의 친밀감을 높였다.
◆서비스 개선 사례 사자성어로 분류

작년 9개팀이 참가한 서비스 디자인 경진대회는 올해 16개팀이 참가해 높아진 기업들의 관심을 반영했다. 심사위원장인 김연성 인하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사례를 살펴보면 다섯 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먼저 ‘선난후이(先難後易)’ 유형이 있다. ‘어려운 것을 먼저 하고 쉬운 것을 나중에 한다’는 뜻이다. 삼성카드 링크(LINK)와 신한카드의 샐리(Sally) 서비스가 여기에 해당한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은 결코 쉬운 프로젝트가 아니지만 일단 개발이 완료되면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

다음은 ‘장수선무(長袖善舞)’ 유형이다. ‘소매가 길면 춤을 잘 춘다’는 뜻으로 기업의 장점을 살려 성과를 낸 사례들을 말한다. 롯데렌터카의 자동차생활 포털사이트 구축과 호텔롯데의 최고의 잠자리를 만든 서비스 개편 사례, SK브로드밴드의 키즈존 서비스 기획, 금호고속의 롤블라인드 설치 등이다.

‘주마가편(走馬加鞭)’ 유형도 있다. ‘달리는 말에 채찍을 더한다’는 뜻의 이 사자성어는 에버랜드 프리미엄 패키지와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의 가족 동반 고객서비스, 롯데백화점 광주점의 주차서비스 개선, 서울성모병원의 환자 대기시간 감소 등에 적용할 수 있다.

‘겉은 부드러우나 안은 단단하다’는 뜻의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은 고객 접점 서비스를 잘 설계하고 개선한 사례를 말한다. 롯데월드 내부고객 경험 관리와 금호리조트의 서비스 리더 운영 프로세스 구축, 아주캐피탈의 선제적 서비스 운영, 파르나스호텔의 온라인 채널 전략 등이 좋은 사례라는 평가다.

마지막으로 ‘온고창신(溫故創新)’이 있다.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만든 것’으로 삼성생명의 고객사랑 서비스와 동부화재의 소비자보호 사례 등이 이에 해당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