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전시 관계자들이 6일 조선왕실 여성들이 착용했던 적의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립고궁박물관 전시 관계자들이 6일 조선왕실 여성들이 착용했던 적의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인목왕후(선조 계비), 인현왕후(숙종 계비), 혜경궁 홍씨(사도세자비), 명성황후(고종의 비) 등 파란만장했던 왕실 여인들의 삶은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등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궁중 암투라는 측면이 주로 부각돼 왕실 여성들의 삶이 실제로 어떠했는지 전체적으로 알기 어려웠다.

개관 10주년을 맞은 국립고궁박물관이 7일부터 내달 30일까지 개최하는 ‘오백년 역사를 지켜온 조선의 왕비와 후궁’ 특별전은 부정적이거나 과장된 이미지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했던 조선 왕비와 후궁을 재조명하는 자리다. 이번 전시에는 왕실의 존엄성과 위계를 보여주는 복식과 황후, 왕비, 세손빈이 사용했던 인장 등 왕비·후궁과 관련된 유물 300여점을 선보인다.

기획전시실에 들어서면 영친왕비 홍원삼, 의친왕비 녹원삼 등 왕실 여성들이 입었던 화려한 예복이 관람객을 맞는다. 복식뿐만 아니라 책·의궤·제기 등을 통해 왕실 밖 사대부 여성이 간택 과정을 거쳐 왕비나 후궁이 된 뒤 별궁에서 예비신부 교육을 받고 왕과 가례를 올리며 고귀한 신분이 되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왕비가 사망하면 왕이 세상을 떠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국장(國葬)을 치렀다. 장례를 마친 신위는 종묘에 들어가 제례로 엄숙하게 모신다. 하지만 후궁은 종묘에 신주를 모실 수 없어 별도의 사당을 세우기도 했다.

왕실 여성들은 정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였다.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에 있으면서도 그 자리 때문에 비극적인 삶을 살아야 했다. 이들은 왕위계승 과정에서 벌어진 권력 투쟁에 휘말려 남편과 부모를 잃기도 하고, 자신이 서인(庶人)으로 강등되거나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이런 비극적인 삶을 기록한 글이 ‘한중록’이다. 혜경궁 홍씨는 1795년 회갑을 맞아 조카의 부탁으로 글을 썼다. 홍씨는 사도세자의 죽음, 친정인 풍산 홍씨와 정조의 갈등, 정순왕후(영조 계비)의 수렴청정 등 왕실에서 일어난 큰 정치적 사건을 겪었다. ‘한중록’ 이본(異本) 중 하나인 ‘읍혈록(泣血錄)’은 피눈물의 기록이란 뜻을 지니고 있어 당시 홍씨가 겪었던 고통이 녹아 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