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지구 출발…48억㎞ 항해
14일 '미지의 세계' 명왕성 상공 1만2500㎞ 접근 예정
지름 60m 물체 사진으로 식별
카이퍼 벨트도 탐사 계획…"초기 태양계 상태 알 기회"
2006년 지구를 출발한 뉴호라이즌호는 10여년간 48억㎞를 항해했다. 2007년 2월28일 목성을 지난 후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동면에 들어갔다가 작년 12월 깨어나 명왕성 탐사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탐사선의 속도는 시속 5만8000㎞. 총알보다 20배 이상 빠른 속도다. 지구로부터 먼 거리에 떨어져 있어 지구와 탐사선이 교신을 한 번 주고받는 데만 9시간 걸린다.
피아노 크기에 무게 478㎏의 뉴호라이즌호는 입자 탐지기, 고해상도 광학망원경, 자외선 분광기 등 일곱 가지 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탐사선 개발에 참여한 존스홉킨스대 측은 뉴호라이즌호가 명왕성 표면에 있는 축구장 절반 크기의 지름 60m 물체까지 알아볼 수 있는 사진을 보낼 것으로 내다봤다. 뉴호라이즌호는 오는 14일 오전 7시49분57초(미 동부시간 기준) 명왕성 상공 1만2500㎞까지 접근하는 게 목표다. 이 지점을 지나며 약 5개월간 표면 성질과 온도, 대기 성분 분석 등의 자료를 수집해 명왕성에 대한 전체적인 지도를 그릴 예정이다.
명왕성 대기 존재 여부 등 의문 풀 기회
뉴호라이즌호는 미지의 영역인 명왕성에 대한 여러 가지 의문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명왕성은 반지름이 1150㎞ 정도로 지구의 위성인 달보다 작고 질량도 작다. 질량의 8분의 1 정도인 카론이 위성으로 분류되지만 명왕성이 카론을 이끌기보다는 두 천체가 서로 끌려서 도는 이중행성(binary planet)으로 분류된다. 명왕성의 대기는 메탄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기가 없는 것으로 관측될 때도 있다.
명왕성은 1930년 3월 미국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에 의해 발견됐다. 미국이 처음이자 유일하게 발견한 태양계 행성이었다. 하지만 2006년 국제천문연맹(IAU)이 행성분류법을 바꾸면서 태양계 행성의 지위를 잃고 왜소행성(矮小行星)으로 분류됐다.
압도적인 질량으로 위성을 거느리며 태양 궤도를 도는 다른 행성과 달리 주변 궤도에 많은 소행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까지는 해당 궤도에 위성 말고는 다른 천체가 없다. 미국이 보낸 탐사선이 미국이 발견한 명왕성의 행성 지위를 다시 찾게 해줄지도 관심거리다.
다른 탐사선들이 천체 궤도를 돌며 지속적으로 탐사하는 것과 달리 뉴호라이즌호는 명왕성에 머무르지 않고 스쳐 지나간다. 또 다른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명왕성 바깥 얼음덩어리와 우주 먼지가 밀집해 있는 카이퍼 벨트도 탐사할 계획이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카이퍼 벨트에는 현재까지 발견된 것만 1000개 넘는 천체가 있고 태양계 생성 초기 행성이 되지 못한 조각들이 밀려나 냉장된 상태로 있다”며 “초기 태양계의 상태와 생성 비밀을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