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포인트] 자원개발 사업성 평가기관 필요하다
목표 과업을 성공시키려면 비전·전략·방법을 잘 정립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의 자원개발 비전은 자주개발이었고, 전략은 대형화였으며 방법은 인수합병(M&A)이었다. 그러나 아직 성공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자원개발이 잘되는 듯하던 그 시절에 이미 파국을 잉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원 확보를 목표로 자주개발을 다짐할 때 중동 산유국은 안정된 수요 유지를 모색했다. 주기성 산업인 자원개발산업에서 고가(高價) 시대의 대책은 요즘 같은 공급 과잉 및 저가 시대에는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

우리의 비전을 전략물자 확보라는 단일목표로부터 경제활성화와 수익창출이란 개념으로 넓혀야 한다. 자원개발산업은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으로서 그 가치사슬은 전자 건설 금융 법률 철강 기계 조선 등 거의 모든 산업에 걸쳐 있다. 연관 산업인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새로운 진로를 개척하는 선봉부대라 할 수 있다.

자원개발산업은 첨단지식산업이기도 하다. 슈퍼컴퓨터 로봇 고등수학 지질학 공학 등을 활용하는 문제 해결형 산업이다. ‘원유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발견된다’는 석유지질학자 월레스 플랫의 말이 이를 웅변한다. 자원개발기업의 경쟁력은 기업의 규모가 아니라 지식, 경험, 네트워크를 갖춘 전문가에게 달려 있다. 자원개발에는 전문가의 판단을 존중하는 의사결정구조를 갖추고 적절한 포트폴리오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어야 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 전문가를 우대하는 기업문화와 세계 수준의 인재 네트워크를 갖춘 내실화가 한국의 자원개발 전략이 돼야 하는 까닭이다.

자원개발은 부동산개발과 비슷하다. 특정 지역의 개발정보를 갖고 부동산개발 사업을 시작하듯이 지하자원의 부존 정보가 자원개발 사업의 동력이다. 탐사 및 개발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가치를 평가해 수익성 있는 사업을 선별할 전문가 조직이 사업 성공의 주체다.

자원개발 각 분야의 전문가가 제구실을 다하는 독립법인을 만들어야 할 때다. 외국 회사에 의존한 평가 관행을 지속한다면 자원개발 사업의 부실은 계속될 것이다. 우선은 자원공기업이 출자해 독립된 전문평가회사를 설립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민간 영역에서 다수의 기업이 상호경쟁하면서 발전하는 산업구조로 가야 한다.

이철우 < 충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