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일본에서 근무를 시작했을 때 아주 인상 깊었던 기억이 하나 있다. 20대 신입사원과 저녁식사를 할 때였는데, 최근 관심사를 물으니 ‘은퇴’란 대답이 나왔다.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입사원에게도 ‘은퇴’란 미래의 막연한 일이 아닌, 현재의 최대 관심사였다. 은퇴를 목전에 두고서야 고민하는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국가미래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는 한국은 은퇴에 대비한 부(富)의 축적보다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르다고 경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한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끊임없이 은퇴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준비보다 걱정만 앞세우고 있는 게 사실이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대한 대처방법 중 걱정만큼 손쉬운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걱정만으로 해결될 일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나마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에는 ‘보험’이라는 견고한 제도가 그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보험은 금융·경제 분야에서도 어렵고 까다로운 분야로 꼽힌다. 하지만 각자 가입한 보험의 수를 세거나 매일 접하는 보험 소식, 광고 등을 보면 보험만큼 친근한 존재도 없다. 어렵지만 친근한 보험의 역설은 어디서 오는 걸까. 사람들이 보험을 찾는 것은 경제적 보상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기 위해서다. 그러나 막상 보험 설계방법이나 자금 운용방식, 어려운 보험용어를 접하고는 바로 질리고 만다. 그러나 이런 이중적 태도에는 그 나름의 사정이 있다.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가입한 보험이 약간의 수학과 몇 가지 특수한 용어를 통해, 그리고 정확하게 구성된 보험보장 내용을 통해 그 불안감을 매우 정교하게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험사의 중요한 역할이 존재한다. 여러 장기적인 현안들, 인생의 전체적인 관점에서 닥칠 문제들에 대해 전문용어를 쓰지 않고도 은퇴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정확한 계획 속에서 설계하고 대처할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결국 보험사란 복잡하지만 위로가 되는 보험을 정교한 설계로 개개인에 맞춰 쉽게 전달하는 중간역할자이며, 그런 관계를 신뢰 안에서 지켜나가야 하는 가교인 셈이다.

한국 사회는 현재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으며 그에 따른 은퇴준비가 가장 큰 불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목적도 본인의 장수에 따른 경제적 위험을 대비하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은퇴준비를 하는 방식을 보면 진지한 계획은 없고 단지 걱정과 필요성만 열거할 뿐이다. 잦은 걱정과 은퇴 설계의 필요성만 열거한 긴 목록은 실제 은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해만 끼칠 뿐이다. 그것은 준비되지 않은 은퇴에 대한 현실감각을 무디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가 그리 복잡하지는 않다. 현재 은퇴 준비에 대한 장애물은 그 필요성이나 걱정이 아니라 명확한 은퇴 준비 방법을 모른다는 점이다.

단순히 월 200만원은 필요하다는 식의 천편일률적인 은퇴 설계는 곤란하다. 금액에 상관없이 적더라도 노후를 위해 일부를 비축하기 시작하는 것이 실질적인 은퇴준비를 위한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다. 그러고 나서 반만 은퇴(半退·반퇴)할 시점과 완전히 은퇴(完退·완퇴)할 시점을 정해 은퇴 후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최근에는 금융사마다 은퇴 계획을 효과적으로 세울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으니 ‘PCA 매직넘버’ 등 본인에게 적합한 방법을 찾아 이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은퇴,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각자 사정에 맞춰 차근차근 준비한다면 고령화는 막연한 걱정이 아니라 장수의 축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영진 < PCA생명 대표이사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