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그리스 등 ‘해운 빅3’의 선박(해양플랜트 포함) 발주량이 올 들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 국적 선사들은 발주량을 늘리는 추세다.

22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선박 발주 1위(금액 기준)였던 미국의 올해 발주량은 지난달 말 기준 10억달러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1~5월 34억달러 규모의 선박 건조 계약을 체결한 것과 비교하면 약 71% 감소했다. 발주 척수를 기준으로 해도 46척에서 4척으로 줄었다.

중국(지난해 2위) 국적 선사들이 발주한 선박 규모도 지난해 39억달러에서 올해 14억달러로 64% 뚝 떨어졌다. 발주 척수 역시 109척에서 39척으로 줄었다.

지난해 기준 3위인 그리스도 사정이 비슷하다. 발주량이 지난해 61억달러에서 올해 25억달러 규모로 60%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해 1~5월 87척을 발주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38척만 발주했다.

중국과 그리스의 발주량이 줄어든 것은 두 나라 경제 상황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리스는 채무 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중국은 경기 침체가 발목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주로 해양플랜트를 발주했는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발주량을 줄였다.

일본은 올 1~5월 지난해 발주량(25억달러)의 두 배 가까운 42억달러 규모를 발주했다. 발주 척수는 48척에서 47척으로 줄었지만 고부가가치 선박 발주가 늘면서 금액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미국 셰일가스를 운송하기 위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발주를 확대한 결과다.

한국도 지난해 5월까지는 6억달러에 그쳤지만, 올해는 벌써 19억달러 규모를 발주했다.

올해 초 한국가스공사가 삼성중공업 및 대우조선해양과 12억달러 규모의 LNG운반선 건조 계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빅3의 발주량 축소와 일본의 약진으로 올해 선박 발주량 순위도 뒤집히고 있다. 5월 말을 기준으로 하면 일본이 1위, 그리스가 2위다. 한국이 3위에 올랐지만, 가스공사 계약을 제외하면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중국과 미국은 각각 4위와 6위를 기록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