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꾸라지는 지수에 주목 받는 '롱쇼트펀드'
코스피지수가 다시 박스권 구간까지 미끄러지면서 시장중립형 펀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중립형 펀드는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상관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으로, 주로 롱쇼트펀드를 일컫는다.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에 묶여 있던 보수적인 자금이 중위험·중수익을 노리고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 6~8%대 절대수익 추구

16일 금융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코리아롱숏펀드’는 최근 한 달 동안 218억원을 끌어모았다. 이 펀드는 설정액 1225억원으로 공모형 롱쇼트펀드 가운데 최대 규모다.

연초 이후 290억원이 빠져나간 ‘미래에셋스마트롱숏30펀드’도 이 기간 77억원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KB코리롱숏펀드(A클래스)는 연초 이후 3.96%의 수익률을 올렸다. 미래에셋스마트롱숏펀드 시리즈는 연초 이후 2.48~3.53% 수익률을 기록했다.

증권업계는 주로 은행 금리보다 2~3배 높은 수익을 바라는 보수적인 개인 자금이 롱쇼트펀드로 흘러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롱쇼트펀드는 채권매매 이외에 주식과 선물을 대상으로 차익거래나 롱쇼트전략을 구사해 은행 금리나 채권형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한다. 또는 사업구조가 비슷한 두 개의 종목을 짝을 지어 상승이 예상되는 저평가된 것은 보유하고 고평가된 종목은 매도하는 ‘페어스 트레이딩’ 전략을 쓴다.

김주형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지금 국내 증시는 국내외 변수로 상승이 막혀 있는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는 순수 주식형펀드보다는 안정적인 롱쇼트펀드로 상반기에 번 돈을 지키는 전략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공모형 롱쇼트펀드(32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87%, 주식형펀드(428개)는 10.37%다.

증시 가격제한폭이 ±30%로 확대된 것도 롱쇼트펀드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정병훈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부장은 “가격 상하한폭이 확대되면서 변동성을 관리하는 롱쇼트펀드로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며 “은행에 넣긴 아깝고 성장주펀드에 넣기엔 겁나는 보수적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엘리엇 사태’ 역이용하는 이색펀드도

롱쇼트펀드는 대부분 안정적인 운용을 추구하지만 변동성을 역이용하는 이색 펀드도 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공격에 나선 것을 이용해 차익을 추구하는 ‘유리트리플알파펀드’가 대표적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불확실성으로 고평가된 삼성물산을 팔고 제일모직을 사는 전략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비율은 1 대 0.35이지만, 현재 두 종목의 주가는 각각 16만9000원, 6만5100원으로 삼성물산이 6000원가량 고평가된 상태다.

차동호 유리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합병 가능성을 높게 보고 제일모직 매수 전략을 쓰고 있다”며 “합병이 결정되면 합병비율에 따라 자동으로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롱쇼트펀드

매수(롱)와 매도(쇼트)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는 펀드. 주식을 매수하는 동시에 공매도하거나 현물과 연계된 선물이나 옵션을 매도해 차익을 얻는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