夏夏夏夏 '여름별미 사천왕'
6월 중순인데 벌써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더위 자체를 원천봉쇄할 수는 없지만 시원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몸의 활력을 찾고 잠시나마 더위를 잊지 않을까. 한국인이 여름철이면 즐겨찾는 냉면, 막국수, 콩국수, 물회는 소박하지만 맛이 일품이어서 가히 여름철 음식의 4대 별미다. 더위를 물리칠 별미 여행을 나서 보자.

냉면-고종황제가 즐긴 여름철 별미

물냉면
물냉면
냉면(冷麵)은 원래 겨울철에 즐겨먹는 음식이었지만 냉장 기술이 발전하면서 한여름에도 시원하게 먹을 수 있게 됐다. 냉면은 칡, 메밀, 감자, 고구마 등의 다양한 가루를 이용해 만든 면(麵)과 오이 등의 채소, 배 한 조각, 고기와 삶은 달걀을 고명으로 사용한다. 한국인이 언제부터 냉면을 먹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1847년 완성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메밀국수에 무김치, 배추김치를 넣고 그 위에 돼지고기를 얹어 먹는 냉면이 있다’고 기록된 것을 보면 정조 이전에도 냉면은 존재한 것으로 보인다. 고종황제는 특히 냉면을 좋아해서 대한문 밖의 국숫집에서 만들어 어전에 바치고 여기에 편육과 배, 잣을 얹어 먹었다고 한다. 냉면은 대개 물냉면과 비빔냉면으로 나뉘고, 물냉면은 육수 제조법이나 들어가는 고기, 채소 종류에 따라 평양냉면과 진주냉면으로 나뉜다. 냉면은 면이 길고 잘 넘어가지 않아 그대로 먹기 힘들기 때문에, 가위로 면을 적당한 길이로 잘라서 먹지만 전통적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 긴 면발은 긴 수명을 상징하기 때문에 면을 함부로 자르지 않았다.
夏夏夏夏 '여름별미 사천왕'
콩국수-고소하고 시원한 서민 음식

고소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인 콩국수는 차갑게 식힌 콩국물에 국수를 넣어 먹는 한국 음식이다. 국물은 물에 불린 콩을 삶은 뒤 껍질을 제거하고 갈아서, 베에 걸러 준비한다. 베보자기에 걸러 남은 콩찌꺼기는 비지로 찌개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콩국수를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1723년 이익의 성호사설(星湖僿說)에 ‘맷돌에 갈아 정액만 취해서 두부로 만들면 남은 찌끼도 얼마든지 많은데 끓여서 국을 만들면 구수한 맛이 먹음직하다’라는 글이 있고, 1800년대 말에 나온 조리서 시의전서(是議全書)에 콩국수와 깨국수가 언급돼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된 음식임을 짐작할 수 있다. 국수에 달걀반숙을 얹고 토마토 조각이나 오이채를 얹어서 먹는다. 고소한 맛을 살리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소금을 넣어서 먹지만 광주와 전남지방에서는 설탕을 뿌려서 먹기도 한다.

메밀막국수-소박하고 담백한 강원도 전통음식

막국수
막국수
막국수는 ‘막 부서져서 막 먹는 국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메밀국수 면발을 찬 동치미국물 또는 고기 육수에 말아 먹는 강원 지방의 전통음식으로 냉면과 생김이 비슷하다. 물냉면에 비하면 육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비빔냉면이라고 하기에는 넉넉하다. 강원도에서 메밀음식을 즐겨먹은 것은 메밀이 주로 고원지대에서 잘 자라고 수확량도 많을 뿐만 아니라 질이 좋기 때문이다. 막국수의 유래는 조선 인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진왜란 이후 국토가 황폐해져 잇단 흉년이 들었는데 기근으로 백성들이 초근목피로 끼니를 연명하자, 나라에서 메밀 재배를 권장하며 다양한 음식으로 만들어 먹은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전해내려오고 있다.

춘천시 신북읍에는 막국수를 직접 만들고 먹어볼 수도 있는 박물관이 있다. 2006년 8월에 문을 연 막국수체험박물관(makguksumuseum.com)이다. 막국수와 메밀에 대한 정보는 물론 메밀을 반죽해 직접 막국수를 만들어 맛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을 갖추고 있다.1층 전시실에는 거대한 맷돌이 메밀가루를 생산하는 모습을 비롯해 메밀밭 실물, 메밀의 효능, 가공식품, 막국수 조리 과정과 음식 모형 등이 전시돼 있다. 또한 일본, 중국, 몽골의 메밀 재배에 관한 자료도 볼 수 있다. 2층에는 반죽-누름-끊음-헹굼-양념-시식으로 이어지는 막국수 체험실과 시식장이 마련돼 있다. (033)244-8869

물회-어부들의 음식에서 유래한 여름별식

물회
물회
물회는 고기를 잡느라 바쁜 어부들이 한 끼 식사를 빨리 해결할 요량으로 먹던 음식으로 방금 잡은 물고기를 회로 쳐서 고추장 양념과 물을 넣고 훌훌 들이마신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어부들 사이에서만 즐겨먹다 차차 주민들에게 알려지면서 누구나 즐겨먹는 여름철 별미로 정착했다.

물회로 먹을 수 있는 생선은 가자미, 광어, 우럭, 쥐치, 도미 등 다양하다. 비린내가 심하고 살이 무른 꽁치, 갈치, 고등어 등의 생선 외에 거의 모든 생선은 물회로 만들 수 있다. 다양한 지역에서 물회를 내놓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물회로 유명한 곳이 제주와 포항이다.
夏夏夏夏 '여름별미 사천왕'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