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주주총회 표 대결을 앞두고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기관투자가 서비스) 잡기에 나선다.

삼성물산 등 삼성 경영진은 조만간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에 있는 ISS 본사나 싱가포르에 있는 ISS 아시아 사무소를 방문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정당성을 설명할 계획이다. ISS는 다음달 초 합병 안건 등에 대해 찬반 의견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삼성이 ISS를 설득할 수 있느냐가 이번 합병의 1차 고비가 될 전망이다. ISS가 외국인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다.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은 33.97%에 달한다. 엘리엇은 이 중 7.12%를 갖고 있다. 나머지 26.85%의 표심이 합병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합병은 주총 특별안건으로 주총 참석 의결권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되기 때문이다.

삼성은 엘리엇도 ISS 측에 합병 반대 논리를 제시하며 표 대결을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엘리엇이 삼성물산 경영 참여를 선언한 순간 이미 치밀한 공격 전략을 짰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삼성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는 모두 합병에 반대할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응 전략을 짜고 있다”며 “ISS 측에 합병의 정당성과 합병 후 기업 가치, 지배구조 안정 효과 등을 적극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SS와 함께 국내 우호세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물산은 11일 우호세력인 KCC에 자사주 5.76%를 전량 매각했다. 이로써 KCC는 기존에 장내 매입한 0.23%를 합쳐 삼성물산 지분 5.99%를 갖게 됐다. 삼성은 대주주 지분 13.99%와 KCC 지분을 합쳐 19.98%를 우호 지분으로 확보했다.

2대주주로 10.15%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의 찬성을 이끌어내는 작업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번 합병에 찬반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가격보다 높다면 합병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삼성물산 주가는 6만970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가(5만7234원)보다 1만원 이상 높다.

이런 가운데 가치투자로 유명한 신영자산운용이 합병 찬성 의사를 밝혔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부사장은 “삼성물산 주주 가치 측면에서는 건설사로 남아 있는 것보다 합병해서 (지배구조) 모멘텀을 얻는 것이 더 유리하다”며 합병에 찬성했다. 신영자산운용은 삼성물산 지분 0.5~0.6% 정도를 갖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