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개봉한 할리우드 SF 영화 ‘쥬라기 공원’의 네 번째 시리즈 ‘쥬라기 월드’는 마치 미국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월드 같은 테마파크에서 벌어지는 모험과 참사를 포착한다. 쥬라기 공원은 1993년 첫편 이후 세계 티켓박스에서 총 20억달러를 벌었다. 3편의 시리즈에서는 원시 밀림 형태의 자연공원에서 소수의 사람이 위기에 빠졌다. 이번에는 더욱 문명화된 놀이공간을 무대로 대재앙을 그려냈다.
영화는 어린 두 형제가 이모 클레어의 일터인 공룡 테마파크로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테마파크 경영자들은 예전보다 수익성이 줄었다고 걱정한다. 사람들이 공룡에 익숙해져 코끼리 보듯 하기 때문이다. 경영자와 과학자들은 더 크고 자극적인 ‘공룡 상품’을 내놔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앞선 3편의 시리즈에서는 유전공학 기술로 과거 공룡들을 되살리는 데 그쳤지만 이번에는 한층 발달한 유전자 조작기술로 예전에 없던 하이브리드 공룡을 창조했다. 이 공룡은 단순한 포악함을 넘어 지능이 뛰어난 ‘악마’다. 인간을 속여 우리를 탈출한 뒤 사람과 공룡들을 재미 삼아 죽인다.
테마파크 운영자들이 그 악마를 퇴치하는 과정은 마치 한국 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대처하는 것과 비슷하다. 가벼운 장비로 포획하러 갔던 관리자들은 공룡에 살해되고, 관람객을 제때 대피시키지 않아 공룡의 습격을 받게 된다.
이 모든 상황은 인간의 오만과 탐욕이 불러온 결과다. 극중에는 과학기술로 공룡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 공룡과 약간 우호적인 관계만 맺을 수 있다는 사람들로 구분된다.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오직 더 강력한 공룡 상품을 원할 뿐이다. 그러나 그 믿음이 헛된 것임을 하이브리드 공룡과 랩터 공룡이 일깨운다. 이런 플롯은 과학기술을 맹신하는 인류의 어리석음을 준엄하게 경고하고 있다. 쥬라기 공원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제작자로 물러났고, 신예 감독 콜린 트레보로가 연출했다. 할리우드 신성 크리스 프랫이 공룡 조련사 역을 맡아 클레어 역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와 호흡을 맞췄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