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 사태가 확산되면서 오는 14~19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8일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지금이라도 범정부대책기구를 만들어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진두지휘하라”며 “이번주 내로 확산이 멈추지 않고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지 않으면, 대통령 방미 연기도 검토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용득 새정치연합 최고위원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며칠 있으면 외국에 나가는데, (메르스 확산 추세가) 어느 정도 잡히면 나가고, 아니면 나가지 말라”고 주장했다.

비슷한 주장은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소장파로 분류되는 하태경 의원은 이날 초·재선 모임인 ‘아침소리’ 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미국 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때문에 아세안 국가 방문을 취소한 적이 있다”며 “미국도 국내 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양국 외교당국 간에 오랜 논의를 거쳐 결정한 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갑자기 취소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입장은 메르스 사태가 지역 간 확산으로 번지지 않고 정부가 통제 가능한 수준에서 잡힐 것이란 전제에서 나온 것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