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온화한 날씨·통풍 안된 병실이 확산 원인"…공기감염 사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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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급속 확산 이유
바이러스 변이 안됐다
병실 안 고농축 바이러스 문 밖으로 퍼져나가
면역력 약한 고령환자 많아 더 빨리 전염
바이러스 변이 안됐다
병실 안 고농축 바이러스 문 밖으로 퍼져나가
면역력 약한 고령환자 많아 더 빨리 전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국내 유행 곡선은 해외와 다르다. 토착병화된 중동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선 메르스 환자가 생겨도 1~4명에 그쳤다. 사람 간 전염 사례도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선 발생 18일 만에 64명이 감염됐고 5명이 사망했다. 몇몇 ‘슈퍼전파자(super spreader)’가 수십명을 감염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전염력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 메르스가 한국에서만 유독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부는 여러 가설을 두고 역학조사 중이다.
○바이러스 변이는 없는데…
최초로 제기됐던 가설이 바이러스 유전자 변이다. 국내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사람 간 전염성이 강해졌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7일 국립보건연구원 분석 결과 변이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 유입된 메르스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행한 바이러스와 거의 일치했다.
같은 바이러스라도 환경에 따라 활동력이나 생존력은 다를 수 있다. 기온이나 습도가 바이러스 활동력에 영향을 끼친다. 한국은 중동보다 기온이 낮고, 습도는 높다. 송대섭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는 “한국의 낮은 기온과 적절한 습도가 바이러스가 생존하기에 더 적합한 환경을 만든 것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통풍이 잘되지 않는 병실 환경이 바이러스 전파력을 높였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엔 병실마다 있어야 할 환기구와 배기구가 없었다. 창은 크지 않고 밑으로 여는 형태였다.
○일종의 ‘공기전파’ 됐나
제한적인 형태의 공기전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주장해온 메르스 주요 감염 경로는 비말(飛沫) 전파다. 공기가 아니라 환자가 기침 재채기 등을 할 때 나오는 침방울을 통해 감염된다는 것이다. 이 비말이 튀는 범위는 큰 것은 1m, 작은 것은 2m밖에 안 된다.
하지만 평택성모병원 병실에선 침상에서 2m가 넘는 높이의 천장형 에어컨 필터에서도 바이러스 조각(RNA)이 발견됐다. 비말이 아니라 더 작은 형태의 에어로졸(수분 미세입자) 전파가 가능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에어로졸 상태가 된 침방울 입자는 공기 중에 떠서 훨씬 멀리까지 이동할 수 있다. 다른 병실과 다른 층에도 닿을 수 있다.
평택성모병원 내 환자가 발생한 5개 병실에서 에어컨 필터를 꺼내 조사한 결과 3개에서 바이러스 조각이 나왔다. 병원 내 문고리와 화장실, 가드레일에서도 검출됐다.
역학조사반 관계자는 “평택성모병원의 경우 밀폐된 실내에서 일어난 특이한 사례”라며 “개방된 야외에서의 공기 감염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면역력 약할수록 전파력 강해
몇몇 환자가 보유한 바이러스가 아주 활동적이거나 강했을 수도 있다. 환자가 배출한 강력한 바이러스가 폐쇄적인 환경과 만나면 병실 안이 고농도 바이러스로 꽉 차고, 문이 열리는 순간 기압 차가 생겨 밖으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고은이/마지혜 기자 koko@hankyung.com
최초로 제기됐던 가설이 바이러스 유전자 변이다. 국내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사람 간 전염성이 강해졌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7일 국립보건연구원 분석 결과 변이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에 유입된 메르스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유행한 바이러스와 거의 일치했다.
같은 바이러스라도 환경에 따라 활동력이나 생존력은 다를 수 있다. 기온이나 습도가 바이러스 활동력에 영향을 끼친다. 한국은 중동보다 기온이 낮고, 습도는 높다. 송대섭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는 “한국의 낮은 기온과 적절한 습도가 바이러스가 생존하기에 더 적합한 환경을 만든 것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통풍이 잘되지 않는 병실 환경이 바이러스 전파력을 높였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엔 병실마다 있어야 할 환기구와 배기구가 없었다. 창은 크지 않고 밑으로 여는 형태였다.
○일종의 ‘공기전파’ 됐나
제한적인 형태의 공기전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주장해온 메르스 주요 감염 경로는 비말(飛沫) 전파다. 공기가 아니라 환자가 기침 재채기 등을 할 때 나오는 침방울을 통해 감염된다는 것이다. 이 비말이 튀는 범위는 큰 것은 1m, 작은 것은 2m밖에 안 된다.
하지만 평택성모병원 병실에선 침상에서 2m가 넘는 높이의 천장형 에어컨 필터에서도 바이러스 조각(RNA)이 발견됐다. 비말이 아니라 더 작은 형태의 에어로졸(수분 미세입자) 전파가 가능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에어로졸 상태가 된 침방울 입자는 공기 중에 떠서 훨씬 멀리까지 이동할 수 있다. 다른 병실과 다른 층에도 닿을 수 있다.
평택성모병원 내 환자가 발생한 5개 병실에서 에어컨 필터를 꺼내 조사한 결과 3개에서 바이러스 조각이 나왔다. 병원 내 문고리와 화장실, 가드레일에서도 검출됐다.
역학조사반 관계자는 “평택성모병원의 경우 밀폐된 실내에서 일어난 특이한 사례”라며 “개방된 야외에서의 공기 감염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면역력 약할수록 전파력 강해
몇몇 환자가 보유한 바이러스가 아주 활동적이거나 강했을 수도 있다. 환자가 배출한 강력한 바이러스가 폐쇄적인 환경과 만나면 병실 안이 고농도 바이러스로 꽉 차고, 문이 열리는 순간 기압 차가 생겨 밖으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고은이/마지혜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