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국내 35번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인 대형 종합병원 의사 A씨와 같은 행사장에 있었던 1500여명은 전염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메르스는 공기로 전염된 사례가 아직 없고 문제의 의사는 전염력이 없는 잠복기에 돌아다닌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메르스는 지금까지 공기로 전염된 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다. 모두 환자와 직접 접촉한 경우에만 전염됐다. 이진수 인하대 감염내과 교수는 5일 한 세미나에서 “메르스가 중동지역에서 창궐한 이후 이 지역에 수천만명이 몰리는 이슬람 대순례 행사 장소에서도 메르스 전염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며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과 단지 한 공간에 있었다는 이유로 전염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침 재채기 등 호흡기 분비물(비말) 전파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문제의 의사와 ‘2m 이내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한 경우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평소 비염이 있던 이 의사는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 전염성이 생긴 이후에는 자가격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메르스는 환자에게 고열, 가래, 심한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메르스 환자의 첫 증상은 감염 후 최소 2일에서 14일 사이에 나타나는데 이 잠복기에는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기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설대우 중앙대 약대 교수는 “메르스 감염 의사의 증상이 나타난 시기가 지난달 30~31일 사이로 추정되는데 이 의사가 30일에 재건축조합총회와 심포지엄에 참석했기 때문에 2~3m 정도 거리에서 접촉한 사람들이 전염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 4일부터 전화로 재건축조합총회에 참석한 1565명의 증상을 점검한 결과 5일 오전까지 1317명(84.2%)은 메르스 증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메르스 감염 의사의 가족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메르스 감염 의사와 접촉한 시민 1500여명 모두를 자택격리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모두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기 어려워 전부 격리한다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설 교수도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만 찾아내 격리하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는 전염병에 대해서는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자택격리를 추진하고 있다.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가족의 경우 식사도 따로 하고 방도 따로 쓸 것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