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폭발 직전이다.”

관급공사를 위주로 연매출 500억원을 올리는 경남지역 한 중견건설업체 대표가 경상남도의 ‘설계변경 불허’ 방침에 대해 한 말이다.

지난해 4월부터 서부경남 지역에서 200억원 규모의 하수종말처리장 건립 공사를 하고 있는 이 업체는 지난달 현장 공사를 중단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설계변경 불가 방침이 발목을 잡았다.

이 업체 대표 A씨는 “관로를 묻고 난 뒤 포장을 해야 하는데 설계사가 이를 수량에 반영하지 않아 설계변경을 요청했지만 결재가 나지 않는다”며 “경상남도의 방침 때문이라고 하는데 하루 손실이 몇백만원씩 발생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상남도가 공공공사에 대한 설계변경 불가 방침을 밝힌 때는 지난 3월이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실·국·원장이 모인 자리에서 “각종 시설공사의 비리는 설계변경에 있다”며 “앞으로 도가 발주하는 모든 공사에 대해 절대 설계변경이 없도록 하라”고 한 이후부터다.

도 감사관실은 곧바로 건설사의 설계변경을 ‘부정과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하고 “뿌리부터 제거하겠다”며 업계를 압박했다. 곧이어 2012~2014년 사이 발주한 관급공사 가운데 설계변경이 이뤄진 125개 공사를 대상으로 특정감사에 돌입했다.

경상남도는 감사 결과 “공사 물량 산정을 중복하거나 과다하게 계산하는 등 모두 14개 사업장에서 부적절한 내용을 적발했다”며 과다 계상된 공사비 5억6300만원을 감액하고 설계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기술자 4명에게 부실벌점을 부여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건설협회는 난처해 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본회 차원에서 경상남도에 건의문을 보낸 것은 물론 경남도회 임원들이 나서 담당 공무원을 만났지만 경상남도의 완고한 입장이 바뀔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는 건의문에서 “대부분 설계변경은 공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장여건 불일치, 민원, 부실설계 등이 원인으로 발주기관이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설계변경이 적시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기지연과 그에 따른 간접비 발생, 하도급자와 건설 근로자 등의 공사대금 지급 불능 등으로 건설 관련 산업이 동반 침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협회 경남도회 관계자는 “무분별한 설계변경을 막겠다는 경상남도의 의지는 알겠지만 이렇게 원천적으로 막아버리면 어쩌란 말이냐”며 “일선 시·군의 경우 경상남도의 눈치를 보느라 설계변경 요구가 들어오면 일단 미뤄놓고 보기 때문에 건설업계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창원=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