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은행들의 영업환경은 좋지 못했다.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연 1%대로 진입하면서 각종 예·적금 상품 금리가 하락했고, 저금리를 견디지 못한 소비자들은 은행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어려운 영업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은행들은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증권 등 다른 금융회사와 달리 안정적인 투자상품을 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금융 소비자를 붙잡기 위한 상품을 속속 출시했다. 상당수 은행은 주식형 펀드 등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올릴 투자상품으로 금융소비자를 붙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금리를 더 얹어주지 못하지만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예·적금 상품을 내놓은 곳도 많았다.
[은행 히트상품&전망] 초저금리 시대…연 5.2% 적금 상품 있다…목돈 예치 후 펀드에 재투자 예금도 인기
다양한 서비스 주는 예·적금

국민은행의 올 상반기 대표 히트 상품은 ‘KB펀드와만나는예금’이다. 목돈 예치 후 매월 원리금을 받아 펀드에 재투자하거나 요구불예금으로 이체해 생활자금으로도 쓸 수 있는 상품이다. 자산의 일정 부분을 펀드상품에 재투자하려는 금융소비자 수요를 반영한 상품이다. 가입대상은 개인 및 개인사업자로 최저 가입금액은 300만원이다. 계약기간은 6개월 이상, 36개월 이하로 월 단위로 선택할 수 있다. 금리는 12개월 기준 연 1.75%, 24개월 기준 연 1.80%, 36개월 기준 연 1.90%이다.

이 상품은 다섯 종류로 나뉜다. 우선 ‘이자만 펀드로’는 원금 100%를 만기에 찾고 매월 이자만 펀드로 투자하거나 요구불예금으로 이체할 수 있다. 나머지 상품은 목돈 예치 후 펀드나 요구불예금으로 이체되는 비율에 따라 ‘펀드로 10’ ‘펀드로 30’ ‘펀드로 50’ ‘펀드로 100’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펀드로10’은 정기예금 예치 후 90%는 만기에 원금·이자를 찾고, 나머지 10%는 균등 분할해 매월 펀드에 투자하거나 요구불예금으로 이체하는 상품이다. 소비자 니즈(needs)를 반영한 덕분에 ‘KB펀드와만나는예금’은 지난달 27일까지 8만8344계좌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신규 예금금액은 3조1899억원에 달했다.

우리은행의 인기상품은 ‘우리함께 행복나눔 적금’이다. 올 들어 5만4114계좌가 새로 개설됐다. 이 적금은 소액기부를 통해 나눔문화를 확산하자는 공익성을 가미한 상품이다. 납입금액 10만원, 20만원 두 가지로 구성된 1년제 정기적금이다. 우리신용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최고 연 5.2%(기본금리 2.2%+우대금리 3.0%)의 금리를 준다. 월 납입금액을 제한한 대신 이자율을 높인 것이다. 이 가운데 연 1%포인트에 해당하는 이자는 만기일에 고객 명의로 자동 기부된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공동 출시한 ‘대한민국만세 정기예금 및 적금’도 인기 상품이다. 정기예금은 5만계좌, 잔액 1조원을 돌파했다. 정기적금에 몰린 돈도 1000억원을 넘었다. 광복절인 8월15일까지 가입하면 은행이 계좌당 815원을 출연해 독립유공자 유가족 및 해외 독립유적지 보존사업을 후원한다. 또 인터넷, 스마트폰 등 온라인뱅킹에서 나라사랑 메시지를 작성하면 연 0.2% 우대금리를 준다.

대한민국만세 정기예금은 가입금액 100만원 이상으로 가입기간은 1년이다. 금리는 우대금리 0.2%를 포함해 최고 2.05%, 가입한도는 개인당 5000만원이다. 대한민국만세 적금의 가입기간은 1년, 2년, 3년, 5년이다. 가입금액은 1000원 이상이다. 가입한도는 자유적립식 월 100만원, 정액적립식 월 500만원이다. 3년제 금리는 우대금리 0.2%를 포함해 최고 연 3.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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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형 펀드도 인기

농협은행은 투자자문사와 손잡고 출시한 자문형펀드(사모)를 내놨다. 이 상품은 지난달 말 기준 총 92개 펀드를 통해 2700억원가량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국내 주식에 투자해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국공채나 통화안정증권(통안채)에 투자하는 목표전환형 상품이다. 목표수익률은 연 10~11% 수준이다. 주식 포트폴리오에는 120개 종목이 편입돼 있다. 대부분 저평가된 가치주다. 종목당 투자 비중은 3%를 넘기지 않고 투자는 반드시 90일에 나눠 분할 매수하는 식으로 운용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손실이 난 펀드는 한 개도 없을 정도로 우수한 운용성과를 내고 있다”며 “목표수익 달성 기간은 통계치를 고려하면 평균 1년 정도”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주가연계펀드(ELF), 국내 가치주 펀드, 배당펀드 등을 많이 팔았다. 특히 ELF는 주로 ‘유로스탁스50지수’와 ‘홍콩-H지수’를 결합한 형태의 상품을 선보였다. 이 은행이 취급하는 주식형 펀드 중에선 ‘신영밸류펀드’나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 등이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해외펀드는 중국과 일본, 유럽 증시가 크게 상승하면서 이들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를 중심으로 투자자금이 늘어나고 있다. 이상무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팀장은 “일본, 유럽 등 선진국 증시와 경기부양책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중국 증시가 상승 흐름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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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미국 금리인상 대비해야

하반기 투자전략을 짜는 데 있어 최대 변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오는 9월께 금리를 인상할 경우 투자 환경이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투자 전략을 점검해야 할 시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상무 신한은행 팀장은 “9월을 전후해 글로벌 주식시장이 조정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을 조금씩 빼내 유동성을 확보해두면 하반기 조정장에서 낮은 가격에 우량주를 매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민혜정 우리은행 삼성동지점 투체어스팀장은 미국 금리 인상에 맞춰 채권형 펀드에 투자할 것을 추천했다. 채권형 펀드가 주식형 펀드에 비해 변동 위험이 낮고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라는 점에서다.

오인석 국민은행 WM팀장은 미국 금리 인상 논의가 본격화하면 단기투자를 자제하고 목표수익률을 낮춰잡으라고 조언했다. 또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는 국가 위주로 투자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추천했다.

국내 배당주펀드 등도 노려볼 만

하반기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배당주 펀드를 투자 대상으로 꼽았다. 저금리 기조 탓에 상대적으로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의 매력이 커진 데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이 배당 확대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과세정책을 통해 배당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도 호재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에선 중소형 주택을 중심으로 가격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투자 대상으로 오피스빌딩을 추천했다. 다른 부동산보다 수익률과 가격 변동폭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기업의 현금유동성은 증가하지만 개인은 월세·이자 부담으로 가처분소득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투자안정성 측면에서 오피스빌딩이 더 강점이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