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리더는 자신에 대한 반대자로부터 폭넓은 공감대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의견을 내고 토론을 벌일 줄 아는 사람입니다.”

오연천 울산대 총장(64·사진)은 1일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열린 고별강연에서 “현재 한국 국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보면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7월 서울대 총장 임기를 마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 초빙 석좌교수로 머물던 오 총장은 지난 2월 울산대 총장에 선임되면서 30여년간 봉직하던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직에서 물러났다. 이날 고별강연에는 김동욱 행정대학원장과 교수·학생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오 총장은 “최근 한국 사회는 원심력이 점차 커지고 구심력이 점차 작아지고 있다”며 “경제 양극화와 정치적 갈등의 원인은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지 않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 총장은 “나에게만 수호천사가 있는 게 아니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도 수호천사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아무리 반대편에 선 사람들의 목소리라도 가치가 있고 경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유학 시절 겪은 일화를 제시하며 강자의 약자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뉴욕의 한 터널에서 값비싼 스포츠카를 500달러짜리 허름한 중고차로 들이받았을 때 스포츠카 주인이 먼저 ‘괜찮으냐?’고 물은 것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며 “약자와 강자가 부딪쳤을 때 강자가 약자를 먼저 배려하고 아픔을 나누는 자세가 약자의 순응을 가져오게 한다”고 설명했다.

오 총장은 서울대 학생들에게 인간에 대한 사랑과 겸손함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그는 “여러분이 어떤 전공과 목표, 학문 지향을 가졌는지와 관계없이 그 기반에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뿌리 깊은 사랑이 있어야 한다”며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충만하지 않으면 어떤 일을 하든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

또 “서울대생들이 교만함을 버리고 겸손한 마음과 자세만 갖춰도 미래의 절반은 보장될 것”이라며 “겸손함은 단순한 예의와 처세의 차원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뿌리”라고 설명했다.

오 총장은 “2011년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본관을 한 달간 점거했을 때 정말 힘들었다”며 “학생들의 본부 점거 당시 내 첫째 목표는 학생들이 다치지 않고 희생 없이 사태를 끝내는 것, 둘째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것이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30여년간 서울대에서 일하는 동안 저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분도 상당히 많은데 상처를 받은 사람들에게 깊이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