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전기·화재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지분 처분땐
순환출자 10개 모두 해소
삼성은 이미 2013년 12월부터 순환출자 정리에 들어갔다. 계열사 간 지분 매각과 합병을 통해 당시 30개(계열사 지분 1% 이상 기준)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를 작년 12월 제일모직 상장 때까지 10개로 줄였다. “사회적 비판을 받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겠다”는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후 잠잠하던 순환출자 정리 작업은 다음달 18일 제일모직의 대주주 지분 매각 제한 해제와 9월1일 통합 삼성물산 출범을 거치면서 다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삼성의 순환출자 정리 의지가 확고한 데다 합병을 계기로 법적인 측면에서도 순환출자 정리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28일 “합병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가 새로 생긴 경우는 물론 기존 순환출자라도 계열사 출자 지분이 높아져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되면 신규 순환출자로 간주한다”며 “이런 경우 6개월 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이런 사례가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화재가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해 순환출자를 정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이들 3개사는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각각 4.8%, 2.6%, 1.4%를 갖게 된다.
우선 삼성SDI가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하면 순환출자 고리가 단숨에 6개나 사라진다.
‘통합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통합 삼성물산’ 고리와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 고리 등이 동시에 끊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전기와 삼성화재가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처분하면 남은 고리 4개도 모두 사라지면서 순환출자 구조가 전부 해소된다.
삼성전기는 작년 12월 제일모직 상장 당시에도 보유 지분 일부를 공모주 형태로 시장에 매각했다. 삼성화재는 ‘금산 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차원에서도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처리할 필요가 있다.
○이재용 부회장, 그룹 지배력 이상 없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화재가 순환출자 해소의 핵심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삼성 지배구조의 특성 때문이다. 삼성은 기본적으로 통합 삼성물산(현재는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다. 즉 지배구조 상단에 있는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 고리나 ‘삼성생명→삼성전자’ 고리를 끊는 시나리오는 생각하기 어렵다.
반면 이들 3개사는 지배구조 말단에 자리 잡아 이런 부담이 적다. 3개사 지분이 없어도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통합 삼성물산은 오너 일가 지분이 30.7%에 달하고 자사주도 12.7%나 보유하고 있다.
관건은 지분 매각 방식이다. 3개사가 갖게 될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시장에 곧바로 팔면 주가에 충격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기관투자가 등에게 한꺼번에 지분을 넘기는 블록딜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삼성 계열사나 통합 삼성물산이 지분을 사주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생기면 6개월 내 해소해야 한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