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슈머들은 우선 소유보다 사용을 중요시한다. 즉 구매 결정 과정에서 ‘내가 이것을 가지고 어떻게 놀 수 있을까’를 먼저 고려한다. 두 번째로 플레이슈머들은 기존 관습이나 고정 관념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세 번째 플레이슈머들은 구매 과정 자체에서도 재미를 얻기 원한다. 마지막으로 플레이슈머들은 직접적으로 의도하지는 않지만 주변의 비슷한 성향을 가진 그룹에 많은 영향을 준다.
플레이슈머의 증가는 건강, 음식, 패션, 집, 그리고 직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건강을 위한 운동에서도 플레이슈머들은 지루함을 거부한다. 이에 따라 플레이슈머들은 크로스 핏, 스피닝, 줌바, 스피드민턴, 터프머더 등 재미를 극대화한 신종 운동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플레이슈머들은 음식과 관련해서도 맛과 더불어 재미를 추구한다. 음식의 향과 맛에 완전 몰입할 수 있게 빛이 전혀 없는 암전 레스토랑이나 크레인으로 식사 테이블을 지상 50m까지 올려 멋진 주변 풍경과 함께 코스요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 등은 예약 하기 힘들 정도로 플레이슈머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푸드 업체인 도미노피자는 최근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이 직접 토핑을 선택하고 레시피를 저장 및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마이 키친’이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이기도 했다.
패션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는 매장에 있다. 클럽 분위기의 매장, 편안하게 앉아서 쉴 수 있는 소파가 비치된 매장, 그리고 3차원 가상 피팅(fitting) 기기를 갖춘 매장들이 등장하고 있다. 런던 중심가의 백화점으로 널리 알려진 유통업체 셀프리지스(Selfrideges)는 작년부터 ‘향기 랩(Fragrance Lab)’을 선보였다. 이곳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면 설문과 독특한 실험을 통해 나만의 향수를 구매할 수 있다.
최근엔 주거 공간에 대한 시각도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넓은 테라스를 강조한 아파트라든지 아파트 단지와 일반 단독 주택의 장점을 결합한 타운하우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에는 좀 더 파격적이고 재미있는 집이나 호텔들이 많다. 예를 들어 나무 위에 지은 집, 사막의 거대한 바위 속에 지은 집, 배 위에 지은 집, 얼음으로 만든 이글루 호텔, 감옥을 개조해서 만든 호텔 등 다양한 종류의 공간 재미를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가장 변하기 어려울 것 같던 직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우리나라 앱 성능 관리 업체인 제니퍼소프트 본사 1층에는 카페가 있고 지하에는 수영장이 있다. 직원들은 실제로 업무시간 중에 언제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직장에서의 놀이 문화가 보편화돼 있다. 중국의 신흥 정보기술(IT) 기업인 샤오미 역시 업무 공간에 당구대, 푸즈볼(Foosball), 게임기 등을 비치해놓고 직원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문화를 조성했다.
노는 것에 대한 더욱 긍정적인 시각과 실제 다양한 놀이 방법들이 IT 기술을 통해 빠르게 생성, 전달, 그리고 확산되면서 향후 플레이슈머들의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품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도 놀이 형태를 이용한 세그먼테이션(시장을 분류하고 그 성격에 알맞은 상품을 제조 판매하는 활동)으로 플레이슈머를 이해하고 구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플레이슈머 세그먼테이션을 통해 소비자들의 숨겨진 수요 발굴과 더불어 숨겨진 펀(Fun) 욕구 발굴을 시도해 보는 것도 예상치 못한 히트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창조적인 접근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진상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