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규제·무리한 검찰 수사…기업인 과잉처벌로 경제치사(致死)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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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과잉처벌 논란
한국경제硏 세미나
회사에 손해 끼칠 위험만 있어도 배임죄
죄형 법정주의 위배…기업가 정신 '타격'
한국경제硏 세미나
회사에 손해 끼칠 위험만 있어도 배임죄
죄형 법정주의 위배…기업가 정신 '타격'
기업이나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법 집행이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회사에 손해를 끼칠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기업인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과잉 범죄화’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정민 단국대 법학과 교수 등은 27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기업 활동에 대한 과잉 범죄화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교도소 담장을 걷는 것 같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개회사에서 “무리한 검찰 수사로 기업을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낙인 찍는 과잉 범죄화 때문에 경제치사(經濟致死)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기업을 한다는 것은 마치 교도소 담장 위를 걸어가는 것과 같다”며 “기업이나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법 집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배임을 대표적 과잉 형법 규정으로 지목했다. 최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배임죄는 결국 임무 위배나 배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 타인의 사무를 지나치게 잘 처리하거나 조금 부족하게 처리해도 임무 위배”라며 “이를 처벌하는 것은 어떤 행위가 범죄인지를 명확히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죄형 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유로워야 할 민간 영역에 규제가 증가할수록 경제 활력은 떨어지고 위험이 따르는 경영 판단에 형사책임을 부과하면 기업가 정신은 무력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 교수는 “회사에 실제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자를 배임죄로 처벌해야 하는데 법원에선 위험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손해 발생 위험’을 ‘손해’로 보고 처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원이 ‘범죄를 줄이기 위해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과잉 처벌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기업인은 처벌을 피하려고 안전한 사업만 하고 있어 배임죄는 반드시 재정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임금’ 주지 않아도 징역형
지난 4월 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도 도마에 올랐다. 이 법안은 근로자에게 생활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는 기업과 대표자에게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 교수는 “생활임금이란 근로자의 생계 유지에 필요한 수준의 임금으로 이해되지만 법적으로 모호해 사법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임금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이 사용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국가가 과도하게 사적 자치를 통제하는 것으로 전형적인 사법의 공법화 사례”라고 꼬집었다.
자본시장법과 공정거래법도 과도한 형벌 조항을 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자본시장법 제159조에는 보수가 5억원 이상인 등기임원의 보수 내역은 사업보고서에 기재하도록 돼 있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 징역이나 2억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제한기업은 주식 소유 현황을 신고하지 않으면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주로 신체나 재산상 피해자가 있을 때 형법상 징역형에 처하는데 명확한 피해자가 없는데도 보수나 주식 현황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과자가 된다.
황인학 한경연 연구원은 “현행 법률 중 70~80%가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고 벌칙 조항 숫자만 5000개 이상이어서 2010년 기준으로 벌금 이상의 형벌을 1회 이상 받은 전과자 수가 1100만명”이라며 “이런 추세대로 나간다면 2020년에는 전체 인구의 32%가 전과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정민 단국대 법학과 교수 등은 27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기업 활동에 대한 과잉 범죄화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교도소 담장을 걷는 것 같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개회사에서 “무리한 검찰 수사로 기업을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낙인 찍는 과잉 범죄화 때문에 경제치사(經濟致死)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기업을 한다는 것은 마치 교도소 담장 위를 걸어가는 것과 같다”며 “기업이나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법 집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배임을 대표적 과잉 형법 규정으로 지목했다. 최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배임죄는 결국 임무 위배나 배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 타인의 사무를 지나치게 잘 처리하거나 조금 부족하게 처리해도 임무 위배”라며 “이를 처벌하는 것은 어떤 행위가 범죄인지를 명확히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죄형 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유로워야 할 민간 영역에 규제가 증가할수록 경제 활력은 떨어지고 위험이 따르는 경영 판단에 형사책임을 부과하면 기업가 정신은 무력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 교수는 “회사에 실제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자를 배임죄로 처벌해야 하는데 법원에선 위험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손해 발생 위험’을 ‘손해’로 보고 처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원이 ‘범죄를 줄이기 위해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과잉 처벌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기업인은 처벌을 피하려고 안전한 사업만 하고 있어 배임죄는 반드시 재정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임금’ 주지 않아도 징역형
지난 4월 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도 도마에 올랐다. 이 법안은 근로자에게 생활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는 기업과 대표자에게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 교수는 “생활임금이란 근로자의 생계 유지에 필요한 수준의 임금으로 이해되지만 법적으로 모호해 사법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활임금에 대한 명확한 정의 없이 사용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국가가 과도하게 사적 자치를 통제하는 것으로 전형적인 사법의 공법화 사례”라고 꼬집었다.
자본시장법과 공정거래법도 과도한 형벌 조항을 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자본시장법 제159조에는 보수가 5억원 이상인 등기임원의 보수 내역은 사업보고서에 기재하도록 돼 있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 징역이나 2억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제한기업은 주식 소유 현황을 신고하지 않으면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주로 신체나 재산상 피해자가 있을 때 형법상 징역형에 처하는데 명확한 피해자가 없는데도 보수나 주식 현황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과자가 된다.
황인학 한경연 연구원은 “현행 법률 중 70~80%가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고 벌칙 조항 숫자만 5000개 이상이어서 2010년 기준으로 벌금 이상의 형벌을 1회 이상 받은 전과자 수가 1100만명”이라며 “이런 추세대로 나간다면 2020년에는 전체 인구의 32%가 전과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