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로 급락했다. 코스피는 1년5개월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닥도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7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작년 초 이후 최대 낙폭

27일 코스피지수는 1.68%(36.00포인트) 하락한 2107.50에 마감했다. 작년 1월2일(44.15포인트 하락) 이후 하루 기준 최대 하락폭이다. 연기금이 지난 1월29일(3157억원) 이후 최대치인 2791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덕분에 가까스로 지수 2100선을 지켰다.

전문가들은 지난 22일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게 ‘시차’를 두고 시장에 충격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신흥시장에서 자금유출 우려가 번진 탓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는 분석이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881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주까지 9거래일 연속으로 주식을 사들였지만 이번 주 들어 순매도로 전환했고, 연일 매도 규모를 키우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주 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공개되고, 주말 옐런 의장의 발언이 이어지는 등 미국의 출구전략이 갈수록 구체화되면서 신흥시장에서의 자본유출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도 부진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34%(9.47포인트) 떨어진 699.19로 마감했다. 8거래일 만에 다시 지수 700선이 무너졌다. 시가총액 상위 10위 이내 종목 가운데 메디톡스를 제외한 전 종목이 내림세였다. 다음카카오(-4.58%), 산성앨엔에스(-4.80%), 바이로메드(-6.32%) 등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다만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주들은 강세를 이어갔다. 전날 합병을 발표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각각 1.33%, 3.46% 올랐다. 삼성전자와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된 삼성SDS는 6.17% 급등했다.

◆‘편식 성장’ 후유증 우려

미국 금리인상 우려가 커지면서 올해 증시의 특징인 ‘편식 성장’의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을 이끌던 중소형주와 바이오·화장품 등 일부 업종이 무너지면 시장의 동력이 급격하게 사그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11.9%, 대형주가 8.2% 오를 동안 중형주는 27.7%, 소형주는 32.2% 뛰었다. 업종별로도 온도 차가 컸다. 화장품, 헬스케어, 증권 등 상승률 상위 3개 업종과 조선, 자동차, 정보기술(IT) 등 상승률 하위 3개 업종의 최근 3개월 상승률 격차는 45%포인트에 달한다. 2011년 10월 이후 최대치다.

‘추세적 상승 흐름’에서 이탈하는 종목도 늘고 있다. 코스닥시장 대장주인 셀트리온은 9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주가가 6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졌다. 바이오·헬스케어 업종 내에서도 4~5% 넘게 하락한 종목이 속출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