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낙농 선진국의 환경보호
필자는 유가공 기업의 사장을 맡으면서 미국과 유럽, 호주와 뉴질랜드 등 낙농 선진국들을 방문해 왔다. 그 중 유난히 눈길을 사로잡는 곳은 뉴질랜드였다.

뉴질랜드의 국토 면적이 한국의 약 세 배인 27만㎢에 달하지만 인구는 450여만명에 불과하다. 농축산물 및 유가공 제품 수출, 낙농업, 관광업이 주요 산업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약 4만5000달러에 이른다.

처음엔 ‘뉴질랜드는 본인들의 노력보다 자연환경의 특혜를 많이 받은 나라’라고 생각했다. 더욱이 최근 뉴질랜드 남섬의 한 목장을 가던 길에 봤던 드넓은 땅과 그 위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는 소와 양떼의 풍경을 봤다. 좁은 국토에서 건초와 사료 등을 수입에 의존하며 힘들게 낙농사업을 해 나가는 한국과 비교됐다.

필자가 만난 뉴질랜드 목장주는 자연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그는 방목하는 젖소들을 보여줬고, 젖소의 분뇨 처리가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진행되는지 안내했다. 목장주의 설명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낙농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정책적으로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방목지를 정기적으로 교체해 풀밭이 자연스럽게 조성될 수 있도록 계획적 운영을 하고 있다. 수산물 관리도 철저하다. 전복은 일정 크기 이상만 채취할 수 있다. 또 지역별로 어족의 종류에 따라 어획 허용량을 법령화하고, 이를 위반하면 철저히 사법 조치를 한다.

뉴질랜드 환경보존부의 현지 명칭은 ‘테파파 아타화이(Te Papa Atawhai)’다. 마오리어로 ‘보물을 담는 상자’라는 뜻이다. 뉴질랜드는 정부와 기업, 시민 모두 자국 환경을 보물로 여길 줄 아는 마음과 환경 보존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식이 무척 강하다. 이 같은 시민의식은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현장 체험을 통한 자연 사랑 운동, 각종 식량 자원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교육 등을 통해 생활화된다고 한다.

천혜의 자연환경, 그리고 그 환경을 지키면서 세계 최대의 낙농제품 생산국, 관광 대국의 지위를 유지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뉴질랜드 국민의 끊임없는 교육과 시민의식. GDP 3만달러를 넘어선 한국 기업과 시민들도 이를 벤치마킹해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것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김선희 < 매일유업 사장 seonheekim@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