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자율주행 기능을 장착한 테슬라 모델 S는 전 세계에서 온 100여명의 기자가 줄서서 시승 기회를 기다릴 정도로 단연 주목받았다. 전문 테스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차에 동승하는 자율주행 시험 주행과 기자의 직접 운전 등 두 번의 시승 기회가 주어졌다. 기자가 경험한 보쉬의 자율주행 기술은 “2025년에는 완전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롤프 불란더 보쉬 자동차부문 회장의 주장보다 훨씬 더 빨리 상용화될 것으로 점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운전자가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한 뒤 자율주행 모드를 켜면 차량에 장착된 레이저·레이더 센서와 카메라, 위성항법장치(GPS) 등이 주변 정보를 수집해 전자제어장치(ECU)로 보낸다. ECU는 GPS와 전후좌우 400m까지 감지할 수 있는 센서로 미리 어느 구간에서 빨리 달리고 어느 구간에서 속도를 줄일지 파악해 운전 프로그램을 짠다. 이후 실제 주행 상황에선 근거리 센서와 카메라 등에서 들어오는 각종 정보를 종합해 운전대와 액셀, 브레이크를 조작한다.
시속 90㎞까지 속도를 올린 상태에서도 지그재그 코스를 유연하게 빠져나갔다. 앞에 차량이 끼어들자 속도를 줄이다가 앞 차량이 급정거하자 따라서 속도를 확 줄였다. 앞 차가 다른 길로 빠지자 다시 속도를 끌어올렸다. 40~50m 떨어진 곳에서 신호등을 인식하고 미리 감속하기도 했다.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선 일단 정지한 뒤 좌우에서 오는 차량이 지나간 다음 출발했다. 목적지 근처에 와서 운전자가 핸들을 조작하자 자율주행 모드가 풀리고 수동 주행으로 들어갔다. 직접 운전해본 모델 S는 시속 200㎞까지 무리없는 가속력을 보여줬다. 시속 100㎞까지는 전기차답게 속도계가 폭발적으로 올라갔고, 그 이후에도 웬만한 가솔린 중형차 수준의 속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루 종일 시승하면서도 충전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주행거리도 넉넉했다. 다만 6만3000달러(미국 기준·약 6800만원)의 가격에 고급 세단을 표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BMW 5시리즈나 벤츠 E클래스와 비교할 때 코너링이나 승차감 등에서 개선할 여지가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복스베르크=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