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올리면 고용이 줄고 저숙련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84·사진)이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재차 반대 의사를 밝혔다. 버핏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판에 실린 ‘최저임금 인상보다 나은 것(Better Than Raising the Minimum Wage)’이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최저임금 인상보다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미국의 경제정책은 두 가지 목표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 돈을 벌어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을 만들면서도 이런 노력이 성장과 번영의 핵심 요소인 시장 시스템을 왜곡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버핏은 “최저임금을 상당폭 올리려는 계획 때문에 두 번째 목표가 흔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버핏은 EITC 확대를 대안으로 내놨다. EITC는 일하는 빈곤층에 세금을 환급해주는 제도다. 그는 “EITC는 근로자가 기술을 향상하도록 독려하면서도 시장을 왜곡시키지 않아 고용을 극대화한다”고 썼다.

버핏의 주장은 미 로스앤젤레스 시의회가 지난 19일 일용직 시급노동자 등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현재 9달러(약 9800원)에서 2020년까지 15달러로 인상하는 안을 의결하는 등 미국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확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의 연방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약 7900원)이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이 별도로 최저 임금을 책정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로스앤젤레스 외에도 뉴욕과 워싱턴DC, 캔자스시티 등도 같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도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부터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매장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되면서 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