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 프랜차이즈 상생(相生)의 조건은 없나
지난달 초 한 공중파 방송의 고발 프로그램이 중견 프랜차이즈업체 B사를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찍었다. ‘10년차 가맹점 사장의 눈물’을 주제로 가맹계약을 한 지 10년이 넘은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로 살 길이 막막하다며 눈물짓는 장면을 내보냈다. 점주들은 로열티를 통해 폭리를 취한다고 본사를 질타했다.

협력업체 대표들도 등장했다. 이들은 본사 오너 경영인의 부도덕성이 엿보이는 사례를 언급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너가 계좌번호를 주더라고요. 이쪽으로 돈을 넣으라고요.” 총 6485만원이 입금된 통장이 화면에 클로즈업됐다. 이쯤이면 본사 오너는 형사처벌을 감수해야 할 경영자로 시청자들에게 각인될 수밖에 없다.

번지수 잘못 짚은 프로그램

방송이 나간 뒤 B프랜차이즈 본사는 1300여명의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전국을 순회하는 간담회를 열어 방송 내용을 해명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오너 경영자가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았다는 얘기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본사 해명을 들으면 사태의 본말이 이해된다.

작년에 10년차에 해당하는 B프랜차이즈 85개 점 중 재계약한 가맹점주는 81명(95%)이었다. 계약이 종료된 4개 점 중 자진 폐업한 곳이 두 곳이므로 계약 해지가 문제된 곳은 두 곳이다. 오너 통장으로 들어갔다는 6485만원도 본사와 협력업체가 공동으로 벌인 사회공헌활동 기부금이라고 회사 측은 주장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방송은 도를 지나쳤을 수 있다.

지난해 B사의 10년차 가맹점은 85개이고, 이 가운데 95%가 재계약을 했다는 ‘사실’로 보면 B사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건전’하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10명이 창업해 3년 안에 8명이 폐업하는 국내 생계형 창업시장의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정보공개서에는 3000개가 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등록돼 있다. 이 중에는 초보 창업자들을 울리는 ‘먹튀’ 브랜드들이 상당수다. 고발 프로그램이 카메라를 들이댈 곳은 이런 ‘먹튀 기업’이 아닐까.

로열티에 대한 합의 이뤄야

프랜차이즈 사업 모델의 기본 원리는 상생(相生)이다. 가맹점이 돈을 벌면 가맹본부는 저절로 부자가 되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런 원리를 아는 본사 경영자라면 가맹점을 살찌우는 데 정성을 다하게 된다. 프랜차이즈 선진국인 미국의 가맹본부들은 가맹점에서 나오는 로열티로 기업을 운영하는데, 가맹점 로열티가 줄어들면 성장이 불가능하다. 가맹점 지원에 온 힘을 쏟는 이유다.

한국에선 가맹점이 아무리 가난해도 가맹본부는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묘한 논리’가 통용돼 왔다. 대부분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가맹점 모집에 따른 개설 마진 및 상품 공급과 관련한 물류 마진에 의존하는 탓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구조로는 가맹점의 지속이 불가능하다. 본사가 가맹점 모집에 급급하고 가맹점 관리와 지원은 뒷전이기 때문이다.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로열티에 대한 합의는 프랜차이즈산업이 국민을 먹여 살릴 ‘미래수종산업’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10년, 20년 이상 문을 여는 장수 가맹점은 안정적인 로열티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가맹본부가 없다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경제학博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