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왕 돌풍 뒤엔 신춘호의 '품질 고집'
농심의 ‘굵은 면’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 연구개발(R&D)팀은 시제품을 만들어 신춘호 회장(사진)에게 보고했다가 불호령을 들은 적이 있다. 면을 굵게 만들기 위해서는 쌀가루를 섞어야 하는데 여기에 5년가량 묵은 통일미를 사용한 것이 문제였다. 연구팀은 원가를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신 회장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신 회장은 “품질은 좋은 원재료에서 나온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료를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 프로젝트 전체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1년여의 연구 끝에 올해 농심은 굵은 면을 활용한 제품을 연이어 내놨다. 올 1월 출시한 우육탕면과 지난달 나온 짜왕이 주인공들이다. 우육탕면이 시장에 안착한 데 이어 짜왕이 한 달 만에 라면 시장 5위권 브랜드로 올라서는 등 굵은 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농심은 보고 있다. 신 회장의 ‘품질 고집’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 식품업계의 평가다.

지난달 20일 출시된 짜왕은 한 달 만에 600여만개가 팔렸다. 할인가격과 증정행사 등을 고려하면 6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농심은 분석했다. 지난 3월 라면 매출을 기준으로 5위 브랜드인 삼양라면(61억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라는 게 농심의 설명이다. 짜왕은 매월 1400만개가량 판매되는 짜장라면 1위 짜파게티와 함께 농심의 주력 볶음면으로 떠올랐다. 짜왕의 소비자가격은 1500원으로 짜파게티(900원)에 비해 600원 비싸다.
짜왕 돌풍 뒤엔 신춘호의 '품질 고집'
짜왕은 다시마 분말을 첨가해 쫄깃한 식감을 살린 3㎜ 두께의 굵은 면과 정통 짜장의 풍미를 살린 스프가 조화를 이뤄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기 TV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해 이목을 끈 데 이어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 블로그에는 짜왕 시식 후기가 1000건 이상 올라와 있을 정도다.

제품명 ‘짜왕’도 눈길을 끌고 있다. 개발팀 연구원들이 “짜장라면의 왕을 만들자”며 개발 과정에서 임시로 붙인 이름이 ‘작명왕’ 신 회장의 선택을 받았다. 수사적 기교를 배제하고 제품의 핵심을 직설적으로 담아내는 신 회장의 작명 스타일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농심은 짜왕이 큰 인기를 끌자 최근 증산 계획을 마련했다. 경기 안성과 부산공장 등 두 곳에서만 제품을 생산했는데, 구미공장에서도 생산하기로 한 것이다. 구미공장은 전 공정을 자동화해 생산효율을 높인 곳이다. 농심 관계자는 “지방 슈퍼와 간이 매점 등 소규모 유통채널까지는 제품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며 “주문이 쏟아져 증산 계획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농심은 증산 물량을 해외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짜왕에 앞서 굵은 면 1호 제품으로 내놓은 우육탕면은 현재 월매출 2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짜왕보다는 매출이 적지만 일반 라면 신제품보다는 좋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농심 측은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