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정전략회의] '20년 적폐' 지방재정 대수술 불발…박 대통령 지시도 안 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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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이기주의에 막힌 개혁
일반·교육재정 통합 등 효율 높이기 추진
지자체·市道교육청 "自治에 역행" 반대
행자부·교육부 장관은 논란 우려 몸사려
일반·교육재정 통합 등 효율 높이기 추진
지자체·市道교육청 "自治에 역행" 반대
행자부·교육부 장관은 논란 우려 몸사려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5 국가재정전략회의’의 초점은 재정개혁이었다. 재정 낭비를 초래하는 대표적인 10개 분야를 뽑아 개혁 방안을 제시하고 모든 부처 장관들이 참여해 7시간 토론을 벌였다.
그 가운데서도 핵심은 지방재정 개혁. 정부가 이날 제시한 10대 재정개혁 과제의 첫 번째도 지방재정 개혁이었다. 여기엔 배경이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2일 청와대에서 경제관계장관 연석회의를 주재하면서 지방재정 개혁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시·도 교육청 예산의 방만 운영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이것이 국가 전체의 효율적인 재정운용에 장애가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20년 만의 지방재정 개혁
대통령 자문기관인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당시 지방교부세를 기초로 운영되는 일반재정과 교육재정교부금을 재원으로 하는 교육재정을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시·도 교육청이 관리하는 교육재정은 매년 학생 수는 줄어드는 데도 중앙정부로부터 내국세의 20.27%를 꼬박꼬박 받아 예산이 풍족한 반면, 지자체가 운영하는 일반재정은 늘어나는 복지수요로 만성적인 돈 부족에 시달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도 교육청의 풍족한 예산 덕분에 교육감 선거 때마다 무상급식 같은 선심성 공약이 쏟아지는 것을 막자는 의도도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에는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을 몇몇 시·도 교육청이 거부하는 것도 이유로 작용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관계자는 “의도가 무엇이든 1995년 지자체 도입 이후 줄곧 유지해왔던 지방재정의 이원화 문제를 20년 만에 처음으로 대수술해보자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의지도 상당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추가로 지시했고, 발표는 이날 재정전략회의에서 하기로 했다.
◆용두사미가 된 지방재정 개혁
하지만 이날 발표된 개혁안에는 핵심 내용이 빠져있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누리과정을 시·도 교육청 예산에 의무편성하고 △교육교부금을 학생 수가 많은 지역에 더 많이 배분하며 △지방교부세의 경우 복지수요 가산비율을 20%에서 30%로 확대하고 △지자체의 자발적인 세출절감 노력에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정도가 전부다.
당초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제시했던 일반재정과 교육재정 통합이나 교육교부금 제도의 근본적인 손질, 지방재정 운용에 중앙정부가 관리 감독 권한을 갖게 하는 방안 등은 모두 빠졌다. 자문회의 관계자는 “용두사미란 표현이 딱 맞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근본적인 개혁안으로선 미흡하다”며 “해당 지자체와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이 정도의 개혁안을 마련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부처·지자체 이기주의의 벽
청와대와 자문회의는 당초 지자체 반발을 충분히 예상하고 지난 4개월간 전국 16개 지자체와 시·도 교육청을 순회 방문하며 토론회를 열어 설득 노력을 벌여왔다. 순회 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는 “지자체와 시·도 교육청은 ‘헌법에 보장된 지방자치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리만 내세워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해당 부처인 행정자치부와 교육부 장관 역시 임명직이어서 선출직인 지자체장과 교육감을 지휘할 실권이 없다는 이유로 눈치만 보며 오히려 지방 논리를 거들었다”고 했다.
이날 발표된 개혁안조차 실행될지는 불투명하다. 당장 시·도 교육감들은 누리과정 예산 편성 의무화 방침에 “지방 교육재정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직 관료 출신인 한 대학교수는 “중앙정부의 전략 부재에도 문제가 있다”며 “지자체의 세수 확보 방안 등 당근책을 제시하면서 설득해야 하는 데 너무 쉽게 접근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종태/강경민 기자 jtchung@hankyung.com
그 가운데서도 핵심은 지방재정 개혁. 정부가 이날 제시한 10대 재정개혁 과제의 첫 번째도 지방재정 개혁이었다. 여기엔 배경이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2일 청와대에서 경제관계장관 연석회의를 주재하면서 지방재정 개혁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시·도 교육청 예산의 방만 운영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이것이 국가 전체의 효율적인 재정운용에 장애가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20년 만의 지방재정 개혁
대통령 자문기관인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당시 지방교부세를 기초로 운영되는 일반재정과 교육재정교부금을 재원으로 하는 교육재정을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시·도 교육청이 관리하는 교육재정은 매년 학생 수는 줄어드는 데도 중앙정부로부터 내국세의 20.27%를 꼬박꼬박 받아 예산이 풍족한 반면, 지자체가 운영하는 일반재정은 늘어나는 복지수요로 만성적인 돈 부족에 시달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도 교육청의 풍족한 예산 덕분에 교육감 선거 때마다 무상급식 같은 선심성 공약이 쏟아지는 것을 막자는 의도도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에는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을 몇몇 시·도 교육청이 거부하는 것도 이유로 작용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관계자는 “의도가 무엇이든 1995년 지자체 도입 이후 줄곧 유지해왔던 지방재정의 이원화 문제를 20년 만에 처음으로 대수술해보자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의지도 상당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추가로 지시했고, 발표는 이날 재정전략회의에서 하기로 했다.
◆용두사미가 된 지방재정 개혁
하지만 이날 발표된 개혁안에는 핵심 내용이 빠져있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누리과정을 시·도 교육청 예산에 의무편성하고 △교육교부금을 학생 수가 많은 지역에 더 많이 배분하며 △지방교부세의 경우 복지수요 가산비율을 20%에서 30%로 확대하고 △지자체의 자발적인 세출절감 노력에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정도가 전부다.
당초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제시했던 일반재정과 교육재정 통합이나 교육교부금 제도의 근본적인 손질, 지방재정 운용에 중앙정부가 관리 감독 권한을 갖게 하는 방안 등은 모두 빠졌다. 자문회의 관계자는 “용두사미란 표현이 딱 맞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근본적인 개혁안으로선 미흡하다”며 “해당 지자체와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이 정도의 개혁안을 마련하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부처·지자체 이기주의의 벽
청와대와 자문회의는 당초 지자체 반발을 충분히 예상하고 지난 4개월간 전국 16개 지자체와 시·도 교육청을 순회 방문하며 토론회를 열어 설득 노력을 벌여왔다. 순회 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는 “지자체와 시·도 교육청은 ‘헌법에 보장된 지방자치 원칙에 위배된다’는 논리만 내세워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해당 부처인 행정자치부와 교육부 장관 역시 임명직이어서 선출직인 지자체장과 교육감을 지휘할 실권이 없다는 이유로 눈치만 보며 오히려 지방 논리를 거들었다”고 했다.
이날 발표된 개혁안조차 실행될지는 불투명하다. 당장 시·도 교육감들은 누리과정 예산 편성 의무화 방침에 “지방 교육재정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직 관료 출신인 한 대학교수는 “중앙정부의 전략 부재에도 문제가 있다”며 “지자체의 세수 확보 방안 등 당근책을 제시하면서 설득해야 하는 데 너무 쉽게 접근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종태/강경민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