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단협서 '연차 쌓이면 무조건 진급' 보장
노조 '경영평가 낙제'로 임금 깎이자 개혁 수용
코레일의 자동 근속승진 제도는 2005년 철도청에서 공사로 전환하면서 단체협약을 통해 도입된 제도로, 코레일 직원들은 6급(주임)으로 5년, 5급(대리) 7년, 4급(과장) 12년을 근무하면 징계나 근무성적에 관계없이 상위 직급으로 자동 승진해 간부급인 3급(차장)까지 승진을 보장받아왔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은 지난 10~12일 ‘2015년 임금협약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총투표를 벌인 결과 전체 조합원 1만8749명 중 1만8023명(투표율 96%)이 투표에 참여해 60.7%의 찬성률로 자동 근속승진 제도 폐지를 확정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사진)과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은 13일 오전 10시 코레일 서울사옥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임단협 합의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장진복 코레일 홍보실장은 “2008년부터 근속승진제 폐지를 위해 매년 협상을 시도했으나 직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는데 이제서야 결실을 거뒀다”며 “당장 인력구조 개편은 없겠지만 향후 인력구조 불균형을 해소하고 직원들의 근무 의욕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동 근속승진 제도는 ‘본인의 동의 없이 연고가 없는 지역으로 전보조치할 수 없다’는 강제전보 제한 제도와 함께 인사권을 침해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받아왔다.
공사 전환 당시 공무원 신분을 상실한 직원에 대한 보상책이었던 근속승진 제도는 도입 초기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2005년부터 2년간 채용한 5000여명의 직원들 연차가 쌓이면서 심각한 인력구조 불균형 문제가 불거졌다.
2013년 기준 5~6급은 정원에 비해 5500여명이 모자란 반면 3~4급은 5300여명이 많았다. ‘항아리’ 모양의 인력구조는 자연스럽게 인건비 부담 증가로 이어졌다. 직급별 불균형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액은 2013년 기준으로 229억원에 달했다.
이번 노사합의에는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도 한몫했다. 지난해 코레일은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에 달하는 영업흑자를 기록했으나, 인건비 초과 집행으로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이로 인해 올해 인건비 예산은 1160억원(직원 1인당 평균 420만원)이 삭감된 상황이다.
신동호 철도노조 대외협력국장은 “정부가 공기업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직급별 정원 초과에 따른 임금 삭감은 조합원들이 직면한 현실”이라며 “근속승진제 폐지에 따른 불만도 있지만 많은 조합원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