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중견·중소기업 취업을 조건으로 외국인 석·박사 유학생 교육을 추진한다고 한다. 정부와 기업이 지원하는 조건으로 이들이 학위를 받은 뒤에는 5~6년간 중견·중소기업에 의무적으로 일하도록 한다는 방안이다. 국내 공대 졸업생들이 수도권과 대기업을 선호하면서 중견·중소기업이 겪는 만성적인 R&D 인력난을 해소해 보자는 취지다. 사실 수도권으로부터 일정 거리를 벗어나면 연구인력을 뽑을 수 없다는 ‘R&D 남방한계선’이 계속 북상하면서 웬만한 기업은 연구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고 있다. 중견·중소기업 취업과 연계한 서울대의 외국인 유학생 선발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국내에서 연구인력을 구하지 못하면 결국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석·박사급 연구인력이 전무하다는 어떤 기업은 필리핀에까지 갔었다고 한다. 외국에서라도 인력을 구해올 수 있다면 그나마 낫다. 대부분의 중견·중소기업은 연구인력 부족으로 연구개발 자체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중견·중소 부품·소재기업의 연구개발 역량이 떨어지면 대기업의 경쟁력 또한 약화된다. 오죽하면 삼성 등 일부 대기업이 자구적 차원에서 협력사 취업을 전제로 외국인 채용에 직접 나서겠나. 서울대에 중견·중소기업 취업과 연계한 외국인 유학생 선발을 요청한 것도 바로 대기업이라고 한다.

미국은 이민개혁 행정명령으로 과학·기술·공학·수학분야 외국인 유학생 비자 발급을 대폭 확대했다. 한국은 국내에서 공부한 외국인 고급인력마저 놓치는 상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 가운데 전문인력 비율은 3.2%에 불과하다. 단순노동인력 중심의 기존 외국인 유입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국적 등 인센티브 제공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도 재고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2013년 합계출산율이 1.19명으로 2002년 1.17명 수준으로 회귀한 게 이를 말해준다. 차라리 저출산 예산을 이민정책으로 돌리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