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 무산의 후폭풍으로 이번 5월국회도 '빈손'으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먼저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 무산에 대한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며 다시 협상에 임하는 입장과 협상원칙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어 향후 협상의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당에선 공무원연금 개혁이 처리되지 않으면 다른 계류법안의 국회 통과에도 협조할 수 없다는 '연계론'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의 협상과 관련,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을 명기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선회하자 야당은 이에 반발, 일부 법안을 제외하고는 법사위를 통과한 63건 법안들의 본회의 회부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5월 국회 첫 본회의인 12일 본회의에서는 연말정산 환급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과 상가권리금 보호를 위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누리과정 예산 마련을 위한 지방재정법 개정안 등 고작 3건만 처리할 예정이다.

소득세법 개정안의 경우 연말정산 추가환급분 4560억원을 638만명에 이달 급여일까지 돌려줘야 하는 만큼 여야가 시간에 쫓겨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애초 4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지난 6일 처리하려 했으나,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해 연기된 법안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지방재정법 개정안은 야당이 강력히 요구해온 법안이다.

3개 법안은 이날 가까스로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어서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법사위를 통과한 63개의 법안은 본회의 문턱에서 여전히 발목이 잡힌 채 28일 5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더욱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여야 대치 상황을 감안하면 28일 본회의 처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표류하는 법안 중에는 대학생의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취업후학자금상환특별법 개정안, 담뱃갑 경고 그림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법안이 적지 않다.

특히 여권이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안으로 지목한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크라우드펀딩법) 개정안,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법률 개정안 등은 아직 법사위 문지방도 넘지 못한 상태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3건의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본회의를 열게 돼 국민 보기에 부끄러운 상황"이라며 "야당 원내대표와 법사위원장이 발목을 잡고 본회의에 넘기지 않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애초 4월 국회에서 처리됐어야 할 법안들을 5월 국회로 넘겼으나, 이 가운데 3개 법안만 처리하게 됐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런 상황에 대한 근본 원인이 공무원 연금 개혁 여야 합의를 뒤집은 여권에 있다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첫 원내대표간 합의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새누리당 지도부가 그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엎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야가 이처럼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책임공방만 벌이고 있어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안들을 볼모로 잡고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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