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커트 통과한 리디아 고 "네팔만 생각해요"
◆천재·베테랑들 맹추격
일단 명예 회복 가능성은 높아졌다. 미국 LPGA투어 노스텍사스슛아웃(총상금 130만달러)이 호기다. 그는 3일(한국시간) 열린 3라운드까지 9언더파를 쳐 렉시 톰슨(20·미국)과 공동 1위를 달렸다. 신예 톰슨이 18번홀(파5)에서 행운의 버디를 잡지만 않았어도 단독 선두는 박인비의 몫이었다.
샷감이 좋았다. 페어웨이 적중률 84.6%, 그린 적중률 83.3% 등 최상의 컨디션을 보였다. 드라이버샷도 이번 대회 세 번의 라운드 중 가장 먼 255야드 안팎을 넘나들었다. 퍼팅 수가 32개(1라운드 27개, 2라운드 26개)로 많지만 않았어도 톰슨과의 격차를 4~5타 차로 벌릴 수 있었다. 톰슨은 그러나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이 관중석에 정통으로 맞은 뒤 오른쪽 그린 위로 튕겨 올라간 덕에 손쉽게 버디를 낚아 선두 자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박인비는 “다들 실력이 워낙 좋기 때문에 누구라도 우승 후보”라며 “3타 정도 더 줄여 우승컵을 들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의 2승 길은 첩첩산중이다. 최종 라운드에서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는 4타 차 이내에 톰슨 외에도 9명이 포진해 있다. 겁없는 천재 브룩 헨더슨(17·캐나다)이 1타 차로 바짝 추격 중이고, 후배 김효주(20·롯데마트)도 5언더파 공동 8위로 기세를 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대상은 ‘베테랑’ 언니들. 백전노장 캐리 웹(41·호주)과 앤절라 스탠퍼드(38·미국)가 8언더파 공동 3위에 올랐고 크리스티 커(38)는 7언더파 공동 6위, 줄리 잉크스터(55·미국)는 5언더파 공동 8위다.
◆리디아 고 극적 회생
커트 탈락 위기에 몰렸던 리디아 고는 극적으로 회생했다. 대회 둘째날 중간합계 1오버파를 쳐 공동 62위로 70명이 진출하는 3라운드에 오른 데 이어 셋째날에는 1타를 줄여 이븐파로 41위를 기록했다. 마지막 라운드 출전은 50명에게만 허용된다.
리디아 고는 “샷을 하는 내내 네팔만 생각했다”며 “운이 따라줘 4라운드까지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네팔 지진 구호 성금 기부도 가능해졌다. 리디아 고는 앞서 이번 대회 상금 전액을 네팔 지진피해 복구 성금으로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1라운드 14번홀에서 친 세 번째 샷이 소나무 가지에 걸리면서 잇따라 6타를 잃고 커트 탈락 위기에 몰렸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