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궐선거 결과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참패였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 속에서 새누리당은 전체 4석 중 3석을 차지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한 석도 못 얻었다. 새누리당으로선 뜻밖의 성과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실망과 반대가 더 컸던 결과라는 것 역시 명백하다.

사실 새정치민주연합이 아니라 새누리당이 0 대 4로 참패했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 정치권은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의 혐오와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지 거듭 절감했을 것이다. 끊이지 않는 정권심판론 같은 지긋지긋한 정쟁에 종지부를 찍고, 경제살리기와 국가시스템 개혁으로 희망의 미래를 만들라는 게 국민의 요구다.

당장 노동개혁은 벌써 동력을 잃었고, 공무원연금 개혁도 애초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노동개혁은 한국노총이 턱도 없는 조건을 달고 탈퇴하면서 노사정위원회가 중단된 이후 사실상 좌초된 상태다. 고용노동부는 자체적으로 임금피크제와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가이드라인, 저성과 근로자의 해고요건 기준 등을 이달부터 제시하겠다고 했지만 새누리당은 팔짱만 끼고 있다. 당정협의조차 열리지 않고 있다. 설사 고용부가 개혁법안을 만들어도 다음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장벽이다. 환노위는 정년을 60세로 연장했을 뿐, 당연히 같이 처리했어야 할 임금피크제는 손도 안 대고 공백으로 남겨 이 혼란을 초래했다.

공무원연금 개혁도 마찬가지다. 국회 특위에서 잠정 합의했다는 게 고작 현재 7%인 기여율을 9.5%로 올리고, 1.9%인 지급률을 1.7~1.79%로 내리는 수준이다. 최소의 수지균형안인 이른바 ‘김용하 교수안’(기여율 10%, 지급률 1.65%)에 한참 못 미친다. 1년에 1조원, 70년 동안 109조원을 재정에서 부담하는 것을 개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런 정치로는 희망이 없다. 정치 자체가 공멸할 뿐이다. 새누리당은 갈수록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비판을 깊이 새겨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명운이 개혁에 달렸다. 마침 김무성 대표도 4대 개혁과 정치 개혁에 적극 나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개혁다운 개혁으로 변화의 의지를 보여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