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세월호 선장(사진)에 대해 2심 법원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은 “책임 있는 사람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람이 죽었다면 살인을 한 것과 같다”는 뜻이다. 1심에서 유일하게 부작위 살인 유죄를 인정받았던 박모 기관장은 2심에서 ‘선박사고 후 도주죄’ 등만 인정되고 살인죄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광주고등법원 형사5부(부장판사 서경환)는 28일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이 전 선장에 대해 무기징역을, 나머지 14명에 대해 징역 1년6개월~1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선장이 탈출 직전 2등 항해사에게 승객 퇴선명령을 지시하지 않은 것을 살인죄를 인정한 결정적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사고 전후 정황, 피고인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 퇴선명령 지시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되므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함께 살인죄를 구형 받은 박 기관장 등 3명에 대해서는 “선장의 감독을 받는 지위였고 일부는 승객 구호에도 동참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살인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런 판단에 따라 이 선장의 형량을 1심의 징역 36년에서 무기징역으로 높였다. 나머지 14명에 대한 형은 1심의 징역 5~30년에서 징역 1년6개월~12년으로 각각 줄였다.

재판부는 “선장으로서의 막중한 권한에 따른 책임을 엄하게 묻는 대신 지휘감독을 받는 승무원들에 대해서는 형을 줄였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직급에 따라 일률적으로 형을 정하지 않고 최근 설정된 유기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 승객 구조 조치 이행 여부, 세월호 승선 경위, 건강 상태 등을 고려했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대형 인명사고와 관련해 부작위 살인이 인정된 첫 사례가 된다. 비슷한 사례로는 1978년 이리역 폭발사고가 있는데 당시 법원은 책임자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아닌 부작위에 의한 폭발물 파열죄를 적용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