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응암동 힐스테이트 백련산 3차 전용 84㎡에 전세로 거주하는 이모씨는 주말에 아내와 함께 ‘힐스테이트 백련산 4차’의 모델하우스에서 청약상담을 받고 왔다. 힐스테이트 백련산 3차는 동네에서 보기 드문 대단지인 데다 직장과도 가까워 거주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후속 시리즈로 공급되는 힐스테이트 백련산 4차에 관심을 가진 이유다. 힐스테이트 백련산 3차의 전세가격은 3억6000만원으로, 1억원 정도만 더 보태면 4차를 살 수 있다.

◆‘착한 분양가’ 시리즈 아파트 인기

운정신도시 롯데캐슬 파크타운 조감도
운정신도시 롯데캐슬 파크타운 조감도
아파트의 분양가는 시간이 지나면 오르게 마련이다. 새로운 기술과 평면 등이 적용돼 건축비가 올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 개발이 진행되면서 지역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특히 브랜드와 분양 지역이 같은 시리즈 아파트들은 이런 상승 요인에 바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분양가 상승이 뒤따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일부 단지들은 시리즈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착한 가격을 책정하고 있어 주택 수요자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슷한 지역 내에서 아파트를 공급하다보면 기존 단지에 거주 중인 세입자들이 주요 고객이 되곤 한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주택 수요자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지역 내에서 아파트 공급을 빨리 마무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롯데건설이 파주 운정신도시 A27의 1블록에서 짓는 ‘운정신도시 롯데캐슬 파크타운’(1076가구)의 경우 3.3㎡당 최저 800만원대부터 평균 1000만원대의 분양가를 책정했다. 2009년 11월 분양했던 한빛마을 5단지 캐슬앤칸타빌이 평균 1066만원, 2011년 6월 분양한 해솔마을 7단지 롯데캐슬의 분양가가 1091만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비슷한 수준이거나 저렴하다. 현재 운정신도시에서 롯데캐슬 브랜드를 달고 있는 아파트는 2190가구의 캐슬앤칸타빌(A16블록), 1880가구의 롯데캐슬(A14블록) 등 4070가구에 달한다. 이번에 나오는 A27-1블록 1076가구와 바로 옆의 A27블록에서도 1169가구를 연내에 분양할 계획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운정신도시에서만 총 6300여 가구의 롯데캐슬 브랜드타운이 완성될 전망이다.

힐스테이트 백련산 4차 조감도
힐스테이트 백련산 4차 조감도
현대건설이 분양 중인 ‘힐스테이트 백련산 4차’도 이런 경우다. 2011년 12월 분양했던 3차 전용 84㎡의 분양가는 최고 4억9000만원대에 달했다. 그러나 이번에 분양하는 4차의 경우 평균 분양가가 4억7000만원대다. 여기에 중도금 무이자의 금융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는 시리즈 아파트의 경우 투자 목적의 수요도 생기곤 한다. 경남 창원 감계 힐스테이트 1차의 경우 전용 84㎡ 분양가가 약 2억6000만~2억8000만원이었다. 현재는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있어 3억2000만~3억3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창원 감계 힐스테이트 2차의 분양가가 1차와 비슷한 가격으로 공개되면서 투자 수요가 몰렸다. 창원 감계지구 일대에는 4213가구의 힐스테이트 브랜드 타운이 들어선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단지의 브랜드 타운이기에 시세가 쉽게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음달 분양을 앞둔 경기 수원 ‘수원아이파크시티 5차’(550가구) 또한 4차와 비슷한 분양가를 선보일 예정이다. 약 7000가구의 수원아이파크시티에서 마지막으로 나오는 분양물량이다. 분양 관계자는 “지난해 분양했던 4차 전용 59㎡의 경우 프리미엄이 3000만~4000만원까지 붙어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시리즈 아파트 분양가 상승 ‘일반적’

일반적으로 시리즈 아파트는 가격이 오르곤 한다. 예를 들어 반도건설이 6차례에 걸쳐 분양했던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시리즈 아파트들은 꾸준한 분양가 상승을 보여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3년 3월 반도건설이 첫 분양했던 시범단지 A18블록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1038만원 정도였다. 반면 지난해 10월 분양한 4차의 가격은 1105만원, 올해 3월에 분양한 5·6차의 가격은 3.3㎡당 평균 1185만원이다. 같은 동탄2신도시에서 분양했지만 2년 사이에 14.16%가량 급등한 셈이다.

지역 매매가 상승 추이와 상관없이 오르는 경우도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전북 군산시 미장동에서 분양했던 미장 아이파크도 1차와 2차의 가격 차이가 있었다. 2012년 11월 분양한 1차 가격은 3.3㎡당 평균 735만원이었다. 이달 분양한 2차는 767만원으로 4.35%가량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군산시 미장동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643만원에서 641만원으로 떨어졌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