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 풀린 두산…네오트랜스 지분 57% 추가매입 의무 사라져
두산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지정에서 제외됨에 따라 여러 가지 족쇄에서 벗어나게 됐다. 필요할 경우 자회사나 손자회사, 증손회사 지분을 팔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증손회사 지분율을 100%로 맞출 필요도 없게 됐다. 한결 융통성 있는 자금 운용이 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다. ‘지주회사체제 탈피’는 박용만 두산 회장(사진)을 비롯한 경영진이 폭넓은 금융 및 공정거래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성사시킨 ‘묘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밥캣 지분 매각 방안 마련

두산그룹이 지주사 지정에서 제외된 것은 공정거래법상 지주비율이 50%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지주비율이란 자회사 주식가액 합계가 지주사 자산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비율이 50%를 넘으면 지주사로 지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두산의 지주비율은 47.8%였다.

두산그룹은 지주사체제에서 제외되면서 세 가지 난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게 됐다. 당장은 증손회사인 밥캣홀딩스에 대한 투자 유치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두산그룹은 한화자산운용을 통해 8000억원 규모의 외부자금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방식은 구주에 대한 감자(자본금 감축)를 실시하고 신주(전환우선주)를 발행해 사모펀드(PEF) 등에 매각하는 프리 IPO(상장 전 자금 유치)다. 이 계획대로 프리 IPO가 완료되면 밥캣홀딩스에 대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율은 100%에서 72%로 낮아진다. 두산인프라코어는 7700억원가량을 회수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두산 관계자는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지분을 반드시 100% 보유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밥캣홀딩스의 지분 매각이 여의치 않았다”며 “지주사체제에서 벗어남에 따라 밥캣홀딩스에 대해 전환우선주 발행과 구주 감자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족쇄 풀린 두산…네오트랜스 지분 57% 추가매입 의무 사라져
○“두산그룹 경영진의 묘수”

다른 증손회사인 네오트랜스 문제도 자동으로 해결된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인 두산건설은 현재 네오트랜스 지분 42.9%를 갖고 있다. 역시 증손회사 지분 100% 보유라는 규정에 따라 두산건설은 잔여 지분을 인수하거나 42.9%를 매각해야만 했다. 공정위는 2013년 11월 두산그룹 측에 1년 안에 네오트랜스 지분을 추가 매입하거나 모두 매각해야 한다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지난해 12월엔 시정 명령 이행을 독촉하는 등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두산이 네오트랜스 지분 57.1%를 인수하려면 600억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두산건설이 올해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만 2000억원을 웃돌아 여의치 않다. 또 2012년에 네오트랜스 매각을 추진했지만 다른 주주들이 반대하는 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지주사체제에서 벗어남에 따라 한꺼번에 해결하게 됐다.

두산그룹은 지주사체제에서 금융 계열사인 두산캐피탈 보유 문제도 안고 있었다. 공정거래법은 비금융지주사가 금융사를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두산캐피탈 지분(각각 14.3%)을 해소하지 못해 2013년 5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자 해당 지분을 두산중공업아메리카와 두산인프라코어아메리카에 넘겼다. 지주사 규정은 국내 회사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이용한 편법 해결책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 경영진이 묘수를 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준동/도병욱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