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체육정책 일방적 기능조정… 또 하나의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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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한 교수(서울여자대학교, 전 한국체육정책학회장)
봄이 찾아온 지도 어느덧 달포를 지난다. 두꺼운 외투를 벗어던져 가벼워진 발걸음과 주변에 핀 예쁘장한 꽃들, 그리고 교정에 밝게 피어난 학생들의 재잘거림에서 이 봄의 완연함을 느낀다.
그런데 국민들이 봄날의 가운데 서서 이런 화사로움을 느끼는 사이 우리 체육계는 난데없이 엄동설한의 찬바람에 냉가슴을 앓고 있다. 정부 즉, 기획재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분 기능조정 방향에서 문화예술분야 중 체육 분야 연구조사기능의 문화관광연구원으로의 이관에 대한 논란 때문이다.
사실 공공부분에 대한 구조조정은 현 정부에서만 추진하는 사항은 아니다. 역대 정부에서도 공공분야 효율성 향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다양한 형태의 공공기관 개혁과 기능조정이 이루어져 왔다. 국민의 정부에서는 공기업민영화에, 참여정부는 운영시스템 개혁을, 이명박 정부는 기관통폐합과 아웃소싱 등을 통해 공공기관 선진화정책을 이끌어 왔었다.
현 정부에 들어와서도 공공기관 부채관리를 핵심으로 하는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과 공공기관 정보 확대 및 방만 경영개선을 위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이어 지난 1월 공공기관 정상화 2단계 방향으로 기능조정 추진을 발표하는 등 공공기관 선진화정책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끊임없이 추진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체육 분야 연구조사기능의 문화관광연구원으로의 이관이 기능조정 대상으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가 통폐합 및 기능 조정 대상으로 우선 검토하는 것은 일부 기관들의 기능이 유사하고 중복되어 운영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점과, 유사 기능이 각기 개별적으로 존재하면서 칸막이를 형성하기 때문에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함으로써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그러할까? 기획재정부의 인식처럼 체육 분야의 연구조사기능도 그러할까? 필자뿐만 아니라 우리 체육계에서는 체육 분야에서 유일하게 연구조사기능을 보유한 한국스포츠개발원은 우리나라가 밴쿠버동계올림픽대회 4위, 런던올림픽대회 5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2위, 국민생활체육참여율 40%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 각 전공의 박사급 연구원들이 체육학의 내외적 통합시스템을 구축, 체육계 현장과 밀착하여 밤낮으로 연구개발한 성과를 지원한 결과로 알고 있다. 사실 체육만큼 현장과 긴밀히 밀착 협력하여 이러한 성과를 낸 연구기관들이 또 있을까?
물론 체육 분야의 연구조사기능을 한국스포츠개발원에서 분리 문화관광연구원으로 이관하여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국민생활체육참여율이 상당 수준 이상으로 올라간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스포츠분야의 현장 밀착형 연구개발의 성과를 몸으로 경험한 선수출신인 필자로서는 ‘글쎄요’도 아닌 단호히 ‘그건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유사기능이 기관별로 분리되어 있거나 유사 기능이 각기 개별적으로 존재하면서 칸막이를 형성하기 때문에 성과가 저조하여 그것이 비효율적이라면 체육 분야의 연구조사기능을 한국스포츠개발원에서 분리 문화관광연구원으로 이관하여 문화체육관광연구원을 만드는 그런 작은 그림이 아니라 정부의 모든 국책연구기관의 기능을 하나로 묶어 대한민국 연구원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어처구니없는 논리의 비약이라 할 수도 있다.
우리 체육계가 체육 분야의 연구조사기능을 문화관광연구원으로 이관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간단하다. 이관 시 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으로 위상이 강화된다는 측면도 분명 있을 것이고, 해당 기관 박사들의 자긍심이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관 후 우리나라 체육의 국제적 위상이 지금처럼 유지되거나 더 발전한다는 보장이 없고, 선수들은 35년간 축적된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급 연구원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없는 통합적 정책개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2년 12월 문화와 관광이 통합한 문화관광연구원도 지금까지 유기적 통합효과가 부재하고 조직은 여전히 각 영역별로 겉돈다는 평가는 단순 집합식의 기능 분리와 통합이 효율화를 위한 최적의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으로 우리 체육계가 연구조사기능의 분리를 더욱 반대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문화와 관광이 아직도 겉돌고, 문화와 체육이, 체육과 관광이 다른데 연구조사기능이 유사하여 다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것은 테니스와 배드민턴이 다른데 네트를 가운데 두고 채로 받아쳐 넘기는 운동이니 통합하라는 것과 같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보기에 이번 기능조정은 더 유치해 보인다.
체육에는 예로부터 불문율과 같은 것이 있다. 즉, 정부의 간섭이 아니라 민간자치 영역으로서의 자기발전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이번 기획재정부의 유사기능 통합에 따른 효율성 제고라는 정책처럼 정부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문화관광 등 타 분야와 달리 동호인, 선수(장애인선수 포함), 지도자, 국제체육기구(IOC, IPC 등) 등과 다층적 현장 밀착을 통해 연구개발을 촉진하여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단기간에 체육 강국을 이루어 냈다.
무조건 통합보다는 체육처럼 잘하고 있는 분야는 더 격려하고 더 동기부여를 시켜주는 정책은 과연 잘못된 정책일까? 더 잘하기 위해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보다는 잘하고 있는 기관에게는 현재 위치에서 더 잘하게 해주는 것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 중의 하나일 것이다. 동서남북과 중앙에서 바라보지 못하고 한편에서만 바라보는 현장을 무시한 일방적 기능조정은 권력이 현장에게 가하는 또 하나의 폭력이다.
우리 체육계가 온 국민들이 느끼는 이 따스한 봄날에 유독 엄동설한의 한 복판에서 찬바람을 쐬는 양 앓고 있는 냉가슴이 폭발하기 전에 당국은 일방적 기능조정 추진보다는 더 많은 현장의 의견을 들어 우리 체육계도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공공기관 선진화정책이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정리= 유정우 문화스포츠부 차장 seeyou@hankyung.com
그런데 국민들이 봄날의 가운데 서서 이런 화사로움을 느끼는 사이 우리 체육계는 난데없이 엄동설한의 찬바람에 냉가슴을 앓고 있다. 정부 즉, 기획재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분 기능조정 방향에서 문화예술분야 중 체육 분야 연구조사기능의 문화관광연구원으로의 이관에 대한 논란 때문이다.
사실 공공부분에 대한 구조조정은 현 정부에서만 추진하는 사항은 아니다. 역대 정부에서도 공공분야 효율성 향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다양한 형태의 공공기관 개혁과 기능조정이 이루어져 왔다. 국민의 정부에서는 공기업민영화에, 참여정부는 운영시스템 개혁을, 이명박 정부는 기관통폐합과 아웃소싱 등을 통해 공공기관 선진화정책을 이끌어 왔었다.
현 정부에 들어와서도 공공기관 부채관리를 핵심으로 하는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과 공공기관 정보 확대 및 방만 경영개선을 위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이어 지난 1월 공공기관 정상화 2단계 방향으로 기능조정 추진을 발표하는 등 공공기관 선진화정책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끊임없이 추진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체육 분야 연구조사기능의 문화관광연구원으로의 이관이 기능조정 대상으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가 통폐합 및 기능 조정 대상으로 우선 검토하는 것은 일부 기관들의 기능이 유사하고 중복되어 운영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점과, 유사 기능이 각기 개별적으로 존재하면서 칸막이를 형성하기 때문에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함으로써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그러할까? 기획재정부의 인식처럼 체육 분야의 연구조사기능도 그러할까? 필자뿐만 아니라 우리 체육계에서는 체육 분야에서 유일하게 연구조사기능을 보유한 한국스포츠개발원은 우리나라가 밴쿠버동계올림픽대회 4위, 런던올림픽대회 5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2위, 국민생활체육참여율 40%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 각 전공의 박사급 연구원들이 체육학의 내외적 통합시스템을 구축, 체육계 현장과 밀착하여 밤낮으로 연구개발한 성과를 지원한 결과로 알고 있다. 사실 체육만큼 현장과 긴밀히 밀착 협력하여 이러한 성과를 낸 연구기관들이 또 있을까?
물론 체육 분야의 연구조사기능을 한국스포츠개발원에서 분리 문화관광연구원으로 이관하여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국민생활체육참여율이 상당 수준 이상으로 올라간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스포츠분야의 현장 밀착형 연구개발의 성과를 몸으로 경험한 선수출신인 필자로서는 ‘글쎄요’도 아닌 단호히 ‘그건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유사기능이 기관별로 분리되어 있거나 유사 기능이 각기 개별적으로 존재하면서 칸막이를 형성하기 때문에 성과가 저조하여 그것이 비효율적이라면 체육 분야의 연구조사기능을 한국스포츠개발원에서 분리 문화관광연구원으로 이관하여 문화체육관광연구원을 만드는 그런 작은 그림이 아니라 정부의 모든 국책연구기관의 기능을 하나로 묶어 대한민국 연구원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어처구니없는 논리의 비약이라 할 수도 있다.
우리 체육계가 체육 분야의 연구조사기능을 문화관광연구원으로 이관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간단하다. 이관 시 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으로 위상이 강화된다는 측면도 분명 있을 것이고, 해당 기관 박사들의 자긍심이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관 후 우리나라 체육의 국제적 위상이 지금처럼 유지되거나 더 발전한다는 보장이 없고, 선수들은 35년간 축적된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급 연구원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없는 통합적 정책개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2년 12월 문화와 관광이 통합한 문화관광연구원도 지금까지 유기적 통합효과가 부재하고 조직은 여전히 각 영역별로 겉돈다는 평가는 단순 집합식의 기능 분리와 통합이 효율화를 위한 최적의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으로 우리 체육계가 연구조사기능의 분리를 더욱 반대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문화와 관광이 아직도 겉돌고, 문화와 체육이, 체육과 관광이 다른데 연구조사기능이 유사하여 다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것은 테니스와 배드민턴이 다른데 네트를 가운데 두고 채로 받아쳐 넘기는 운동이니 통합하라는 것과 같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보기에 이번 기능조정은 더 유치해 보인다.
체육에는 예로부터 불문율과 같은 것이 있다. 즉, 정부의 간섭이 아니라 민간자치 영역으로서의 자기발전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이번 기획재정부의 유사기능 통합에 따른 효율성 제고라는 정책처럼 정부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문화관광 등 타 분야와 달리 동호인, 선수(장애인선수 포함), 지도자, 국제체육기구(IOC, IPC 등) 등과 다층적 현장 밀착을 통해 연구개발을 촉진하여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단기간에 체육 강국을 이루어 냈다.
무조건 통합보다는 체육처럼 잘하고 있는 분야는 더 격려하고 더 동기부여를 시켜주는 정책은 과연 잘못된 정책일까? 더 잘하기 위해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보다는 잘하고 있는 기관에게는 현재 위치에서 더 잘하게 해주는 것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 중의 하나일 것이다. 동서남북과 중앙에서 바라보지 못하고 한편에서만 바라보는 현장을 무시한 일방적 기능조정은 권력이 현장에게 가하는 또 하나의 폭력이다.
우리 체육계가 온 국민들이 느끼는 이 따스한 봄날에 유독 엄동설한의 한 복판에서 찬바람을 쐬는 양 앓고 있는 냉가슴이 폭발하기 전에 당국은 일방적 기능조정 추진보다는 더 많은 현장의 의견을 들어 우리 체육계도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공공기관 선진화정책이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정리= 유정우 문화스포츠부 차장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