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부산 신항만 터미널
한진해운 부산 신항만 터미널
지난 22일 부산신항 한진해운 터미널. 컨테이너로 가득 찬 야적장과 아파트 15층 높이의 크레인 여러 대가 위압감을 준다. 크레인은 컨테이너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가며 ‘한진 수호’호에 짐을 싣는다. 컨테이너를 부두에서 선박으로 옮기는 데 크레인 한 대 기준 시간당 32~34개로 세계 최대다. 한진 수호호는 길이가 미국 뉴욕 맨해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높이(380m)와 맞먹는 초대형 선박이다. 컨테이너 1만3100개를 다 채우려면 18일이 걸린다. 정세화 한진해운 신항만 대표는 “최근 미국 롱비치 항만 적체 현상 등으로 컨테이너 물동량이 부산으로 몰려 선석을 24시간 완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1분기 신항만 물동량 사상 최대

지난 1분기 한진해운 신항만 터미널에서 처리한 컨테이너 물량은 71만8223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한 개)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전년 같은 기간(57만9703TEU)보다 20% 이상 늘었다. 1분기는 해운업계에서 비수기로 통한다. 물동량이 이렇게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1분기 영업이익은 887억원으로 2009년 1분기 이후 5년 만에 흑자로 전환한 것으로 추산된다.

김태성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미주 항로 운임이 상승한 데다 유가 하락으로 연료비 절감 효과가 동시에 발생했고, 컨테이너사업부문 수익성도 개선돼 한진해운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2009년 5월 개장한 한진해운 신항만은 부산항 전체 물동량의 13%를 처리한다. 신항만의 지난해 매출은 1375억원, 영업이익은 42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30%에 이른다. 항만 경쟁력은 선박이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다. 42대의 무인 야드 크레인(ARMGC), 전자태그(RFID) 기반의 위치 추적 시스템 등 첨단 자동화 시스템이 시간당 하역 속도를 높인 요인이다. 직원 한 명이 중앙관제소에서 간단하게 조작하면 부두와 선박에 놓인 수만개의 컨테이너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크레인에 들려 차곡차곡 쌓인다.

◆첨단 설비 등 인프라로 수익성 개선

부산항의 지리적 이점도 물동량을 늘리는 데 한몫했다. 중국 항만은 안개 때문에 1년에 한 달씩 폐쇄해야 한다. 부산항은 악천후로 인한 폐쇄일이 1년에 이틀에 불과하다. 자동화 시스템 구축으로 컨테이너 1개당 하역료는 5만원 안팎. 중국 상하이항(8만~10만원 선)보다 저렴하다. 68만7000㎡(21만평) 부지에 수심 18m를 확보하고 있는 한진해운 신항만은 1만8000TEU급 초대형 선박도 자유롭게 입항할 수 있다.

수심이 얕은 중국 항만에 비해 인프라가 뛰어나 고부가가치 화물인 환적화물 처리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환적화물은 특정 항구에서 다른 배로 갈아타는 화물이다. 환적화물은 컨테이너를 배에서 내리고 또다시 실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최소 50% 이상 높다.

박삼묵 한진해운 신항만 경영지원팀 부장은 “환적화물은 부산항 전체 화물의 50%를 차지하고 있고, 한진해운 신항만의 환적화물 비중은 이보다 높은 57%에 달한다”며 “효율이 높고 하역료가 낮아 자체 물량뿐 아니라 타 선사 화물 처리량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부산=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