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사랑해서 행복한 여자 거미 “소극장에서 많이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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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도 나오고, 반응도 좋고, 건강하고, 회사에서도 잘해 주시고...아무래도 옆에서 용기와 위로가 되어 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행복하죠.”
사랑하면 예뻐진다더니 더 예뻐져서 돌아왔다. 첫 리메이크 앨범 ‘Fall in Memory’를 발표한 거미는 21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고 일과 사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거미는 2월 배우 조정석과의 열애를 공식 인정했다. 연예인이 열애 사실을 공개하면 어쩔 수 없이 모든 포커스는 그들의 러브스토리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새 앨범을 소개하는 자리인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거미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연인 조정석에 관한 질문에도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으며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를 솔직하게 풀어나갔다. 물론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도 충실했다. 다음은 거미와의 일문일답이다.
▶거미라는 가수와 배우 조정석의 만남은 큰 화제였다. 두 사람이 열애를 인정했을 때 제일 궁금했던 게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을까’였는데.
-우리의 인연은 제 십년지기 친구 가수 영지로부터 시작됐어요. 영지가 뮤지컬 ‘헤드윅’ 때문에 오빠와 친분이 있었어요. 두 사람 다 연락을 못하고 있다가 영지가 연락할 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고, 그 자리에 나도 함께 하면서 처음 만나게 됐어요.
▶그렇게 만난 뒤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됐나.
-처음부터 불꽃이 튀는 상황은 아니었어요. 원래 알면서 좋아지는 스타일이에요. 오빠(조정석)의 처음 느낌은 ‘그냥 좋은 사람’이었을 뿐이에요. 하지만 좋은 사람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여러 번 만나고 얘기를 하고,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되게 좋아졌어요. 됨됨이가 올바르신 분이라고 느꼈고, 되게 배려심이 깊고 진실도 느껴졌어요. 그런 면이 제일 좋았고, 일이나 예술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말이 잘 통해서 좋았어요.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라 좋아요.
▶그렇다면 조정석은 거미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든다고 하나.
-비슷해요. 저랑 똑같은 생각이었어요. 제가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이 좋다고 했어요. 제가 노래하는 걸 좋아했다고 하는데 저도 그건 똑같아요. 연기하는 모습의 팬이었어요. 하지만 연기나 노래가 큰 작용을 한 것 같진 않고 오히려 서로 이성으로 보게 된 것은 그 외의 모습들 때문인 것 같아요.
▶조정석과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하냐.
-얘기할 때요. 살면서 겪는 소소한 이야기부터 해서 각자 지금 일을 하고 있잖아요. 일에 관한 게 잘 통해요. 제 음악에 관한 것을 얘기해 준다거나 모니터를 해준다거나 오빠 영화에 관한 얘기를 할 때, 예술적인 얘기를 할 때 특히 통하고, 같이 알게 된 주변 지인이나, 가족, 친구들을 보면서 느낀 감정들이 비슷해서 대화가 끊이지 않아요.
▶서로 그렇게 잘 통한다는데도 싸울 일이 있을까 궁금하다.
-티격태격도 하죠. 어떻게 웃기만 하겠어요.(웃음) 근데 거의 안 싸워요. 싸워도 그 자리에서 푸는 편이에요.
▶조정석이 작곡도 한다고 들었는데 곡을 달라고 한 적이 있나.
-곡 달라고 한 적도 많아요. 같이 기타 치면서 코드를 오빠가 잡으시면 제가 거기다 멜로디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같이 작업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멜로디가 신선하거든요. 코드들이 인디 성향의 곡들이 많아요. 기타로 하시니까요.
▶마냥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인데,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막 그런 생각은 안해요. 모르겠어요. 마음은 한다면 이 사람이랑 하고 싶지만, 그건 진짜 제 맘대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둘 다 그런 생각이더라도 또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 거라서 또 그런 상황이 되도록 노력을 하긴 하겠지만 그래서 지금 딱 말씀을 못 드리겠어요. 저희가 뭐 구체적으로 내년, 내후년이라고 정해 놓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만약 결혼을 한다면 축가는 누구에게 듣고 싶은가.
-축가...저는 사실 너무 결혼식 축가를 많이 해서 그런지 결혼식에 대한 환상이나 그런 것이 없어요. 가끔 미안하기도 해요. 친구나 가족들도 물어보는데 가능하면 안하고 싶고(웃음), 한다면 외국 뭐 어디 가거나 시골에 가서 진짜 친한 친구들이랑 파티를 하고 싶은데, 그래도 결혼은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집안에 어른도 있고 그러니까 해야 되겠죠? 그렇다면 제일 가깝고 저희 사이를 제일 축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해주면 좋겠어요. 만약에 (조정석이) 직접 하고 싶다고 하시면 그것도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본인이 직접 쓰신 곡으로 해주면 좋겠네요. 그러면 의미가 있겠네요.
▶이쯤에서 가수로서의 행복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리메이크 앨범으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인가.
-리메이크 앨범은 데뷔 때부터 하고 싶었어요. 다들 애창곡이 있잖아요. 제가 가수이다 보니 그걸 제 스타일로 바꿀 수도 있는 유리하고도 좋은 상황이더라고요. 요즘에 때마침 90년대 음악이 사랑을 받고 있었어요. 근데 대부분이 댄스 음악이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아서, 90년대는 진짜 많은 장르들의 노래들이 사랑을 받았거든요. 그 이외의 할 수 있는 음악을 해보는 게 어떨까 싶은 생각에 90년대 음악을 하게 됐어요.
▶이번 앨범에서 특이한 점은 남자 가수들의 노래로만 선곡이 되었다는 점인데,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그동안 다른 분들의 리메이크 앨범을 들어봤을 때 제 개인적인 느낌이 있었어요. 너무 뭔가 음악적으로 부담을 느끼셨는지 어려운 편곡이나, 대중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장르로 많이 변화를 시도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내가 만약 리메이크 앨범을 한다면 듣기 쉽게 편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또 그렇게 되면 변화를 못 느끼실까봐 목소리로 변화를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남자 가수들의 곡을 하게 됐어요.
▶타이틀곡 ‘해줄 수 없는 일’은 친구 가수 박효신의 곡이다. 수많은 박효신의 곡 중 왜 이곡을 택했나.
-효신이의 노래가 나왔을 때 저는 연습생이었어요. 나머지 곡들은 나왔을 때 막연히 음악이 좋아서 노래를 즐기면서 들을 수 있었던 곡들이었어요. 하지만 효신이의 ‘해줄 수 없는 일’은 즐기지만은 못했던 시기에 나온 곡이거든요. ‘아 이런 소문만 듣던 친구가 나왔구나. 정말 잘한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라는 고민이 많았던 시기라서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또 제가 이번에 리메이크 앨범을 내지 않았다면 이 시기에 1집 때 냈던 정통발라드를 다시 한번 해 보고 싶었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그 비슷한 장르의 곡이기도 하고, 저한테도 의미 있고, 친구의 데뷔곡이기도 하고...여러 가지 면에서 ‘해줄 수 없는 일’이 타이틀이 될 수밖에 없었어요.
▶그 노래를 한다고 했을 때 박효신의 반응은 어땠나.
-저는 못 물어봤어요. 망설이고 있었어요. 혹시 안했으면 하는데 부담을 느낄까봐. 그런데 회사 부장님이 친분이 있으셔서 저 몰래 물어 보셨나 봐요. 마음이 없는 것 같으면 다른 걸로 하자고 하시려고 했나 봐요. 그런데 효신이가 너무 당연히 “거미가 한다면 저야 좋죠. 잘 만들어 주세요”라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에 저랑 만나서 얘기를 했는데, 그 친구가 좀 힘든 상황이라서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그냥 내가 잘해볼게”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알았다고,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녹음 다 끝나고 나서 들려줬더니 좋아했어요.
▶아무래도 남자들의 곡들을 리메이크 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어떤 곡이 녹음할 때 가장 어려웠을까.
-‘해 줄 수 없는 일’이 제일 어려웠어요. 남자분들의 곡이 여자분들의 곡보다 음폭이 되게 넓어요. 저음은 되게 낮고 고음은 되게 높고 그래요. 효신이의 곡은 특히나 그게 심하니까. 남자분이 부를 때는 티가 잘 안 나는데 제가 부르니까 도입부 부분이 더 낮게 들려져서 혹시나 이게 자칫 잘못하면 감정 전달이 잘 안되고 루즈하게 들릴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그렇게 안 들리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감정도 제일 많이 몰입을 해서 불러야하는 곡이었던 것 같아요. 너무 많이 울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이렇게 세세한 표현들을 한마디 한마디에 담아야 돼서 힘을 빼고 했어요.
▶힘을 빼고 부르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선배들이 감성 표현을 할 때 왜 간결해지는지 이제 느끼게 됐어요. 옛날 저 데뷔 했을 때 음악을 들어보면 흉내는 낼 수 있는데, 그때 감정이 막 되살아나진 않아요. 그때는 이별을 하면 막 울고불고 슬프고 안달복달하고 이런 감정을 노래에 담았어요. 지금은 그래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이제 안 거죠. 그러다 보니까 음악을 표현할 때 힘을 빼게 됐어요. 이것도 참 세월의 흔적 같아요. 울고 싶어도 눈물이 안 나는 것, 그건 경험해 봐야 아는 것 같아요. 그걸 아니까 노래 표현이 되는 것 같아요.
▶가수 신승훈의 곡이 리메이크 되는 일은 정말 드문 일인데, 신승훈의 ‘로미오&줄리엣’을 선택한 이유는.
-제가 가수 강타 이후 가수로서는 2번째로 신승훈 오빠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강타 씨는 졸라서 리메이크했고, 저한테는 하라고 했다는 게 차이점이에요(웃음). ‘로미오&줄리엣’은 옛날부터 찜해 놨던 곡이에요. 승훈이 오빠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선배님인데 오빠의 음악 중에서는 발라드는 건들지 못하겠다는 느낌이 있어요. 어떻게 바꿔도 좋지 않거든요. 딱 오빠의 곡은 오빠 창법과 감성, 멜로디만 소화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심지어 본인이 본인 노래를 편곡하시는데 원곡이 더 좋더라고요(웃음). 저는 개인적으로 그래서 발라드는 건들지 않았고, 승훈 오빠 곡들 중에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는 노래가 많잖아요, 그중 ‘로미오&줄리엣’이 제 스타일에 맞다고 생각했어요.
▶듀엣곡을 많이 선보였는데,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싶은 가수가 따로 있나.
-저는 콜라보 하고 싶은 분들이 많은데 구체화가 되면 말씀드리려고 안하고 있어요.(웃음) 그래야 더 재밌을 것 같아요. 왜냐면 제가 듀엣이나 콜라보 한 적도 많은데 지금까지 안했는데 ‘어 의외의 조합이다’ 이런 게 아니라 ‘아 이런 조합이 있었지’라는 분들이 꽤 계실 것 같아서요. 지금 직접 얘기들을 나누고 있어요. 다 의견이 맞고 상황이 괜찮으면 그때 말씀을 드릴 거예요. 만약 나오게 된다면, 한 분이랑 잘 맞아서 장르를 여러 가지로 해서 미니앨범 형태로 낼 수도 있고, 아니면 각자 다른 곡들을 각자 다른 분들과 그분들의 장점에 맞게 해서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히트곡이 많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명곡인데 의외로 잘 안 알려진 곡들이 있나.
-많은데...(웃음) 제 노래 중에서 제 골수팬들이 되게 좋아하시는 곡이 있거든요? 그게 이유는 저도 모르겠는데 모르는 분들에게 소개해주면 좋아하더라고요. 4집에 있는 발라드 곡 ‘음악이 끝나기 전에’와 윤일상의 곡 ‘따끔’이라는 곡이에요. 이 노래는 발라드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추천을 해보고 싶어요.
▶가수로서의 거미는 마냥 행복하기만 한가. 고민은 없는지.
-방송에 대한 것이 항상 고민이에요. 방송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해요. 왜냐면 요즘 해외 쪽으로 음악프로그램이 워낙 잘 나가니까 우리나라에서는 시청률이 안나온다 해도 파급력이 세고, 어쨌든 음악이 나왔을 때 한 번이라도 비춰져야지 ‘아 나왔구나’라고 아시더라고요. 굳이 음악 사이트를 이용하시지 않는 분들은 그래서 보고 찾아 듣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해야 하나 싶기도 해요. 그건 항상 고민이고, 회사랑도 항상 고민을 나누고 있고 해결해야 한다면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방송을 꼭 해야 한다면 해야겠죠? 하지만 부르지 않는 곳에는 굳이 나가지 않아요.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활동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가수 활동일까.
-방송을 쉬고 막 공연만 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러기엔 나이도 아직 어리고 더 많이 보여드리고 제가 후배님들과 선배님들 사이에서 해야 할 역할도 있는 것 같아요. 또 장르적인 부분에서도 제가 할 수 있는 한 변화를 시도 할 거고, 또 방송도 여건이 허락한다면 계속 활발하게 할 생각이에요. 공연을 소홀히 하지 않고 전보다 더 많이 할 것 같아요. 공연은 확실하게. 소극장 공연이나 버스킹 같은 경우는 이제 거미라는 가수를 떠올렸을 때 그냥 딱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되게도 만들고 싶어요.
▶다음달 소극장 공연을 한다.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나.
-이번에는 앨범도 리메이크 앨범이라서 신곡이나 다른 가수분들의 곡을 커버하는 것 보다는 일단 리메이크 앨범에 들어 있는 곡들 전체랑 제 노래들도 히트곡들이 꽤 많아서(웃음)...꽤 오래됐잖아요. 사실 팬들이 원하는 곡들은 활동하지 않았던 곡들이기는 한데 공연장을 찾아와 주시는 분들은 팬뿐만 아니라 제 노래를 모르셔도 관심있어서 오신 분들도 있기 때문에 리메이크 앨범을 발매한 만큼 리메이크 노래를 많이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경연 프로나 이런 곳에서 커버 했던 선배님들 곡이 많아서 그런 곡들 위주로 하게 될 것 같아요. 또 공연에서 항상 23곡 이상 불렀는데 이번 공연은 곡수를 줄이고 팬들과 팬미팅처럼 얘기를 많이 하려 해요. 궁금해 하시는 것이 많을 것 같아 질문도 받고 대화하는 식으로요.
▶끝으로 이번 앨범에 거는 기대나 성과는 어떤 것인지.
-이미 생각보다 많이 좋아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딱 저랑 비슷한 세대분들이 좋아해 주신다는 게 확연히 느껴졌어요. 왜냐하면 음원사이트들 보면 연령대별로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보는 코너가 있는데 그걸 보면 딱 저랑 같은 연령대 분들 사이에서 순위가 굉장히 높더라고요. 참 그분들에게 제가 많은 추억을 떠올리게 한 앨범을 만들었나 보다 싶은 생각에 뿌듯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어요. 이 곡이 리메이크인지 모르는 친구들에게도 좋다는 반응이 있어서 뿌듯하고 좋았어요. 그게 성과인 것 같아요. 제 음악을 가지고 지나가다 들어도 ‘아 이럴 때가 있었지. 이 노래가 이랬지’라고 한번씩 본인의 추억을 떠올려 봤으면 하는 바람이에요.(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한국경제TV 성지혜 기자
jhjj@b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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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예뻐진다더니 더 예뻐져서 돌아왔다. 첫 리메이크 앨범 ‘Fall in Memory’를 발표한 거미는 21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고 일과 사랑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거미는 2월 배우 조정석과의 열애를 공식 인정했다. 연예인이 열애 사실을 공개하면 어쩔 수 없이 모든 포커스는 그들의 러브스토리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새 앨범을 소개하는 자리인 이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거미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연인 조정석에 관한 질문에도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으며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를 솔직하게 풀어나갔다. 물론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도 충실했다. 다음은 거미와의 일문일답이다.
▶거미라는 가수와 배우 조정석의 만남은 큰 화제였다. 두 사람이 열애를 인정했을 때 제일 궁금했던 게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을까’였는데.
-우리의 인연은 제 십년지기 친구 가수 영지로부터 시작됐어요. 영지가 뮤지컬 ‘헤드윅’ 때문에 오빠와 친분이 있었어요. 두 사람 다 연락을 못하고 있다가 영지가 연락할 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연락이 닿았고, 그 자리에 나도 함께 하면서 처음 만나게 됐어요.
▶그렇게 만난 뒤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됐나.
-처음부터 불꽃이 튀는 상황은 아니었어요. 원래 알면서 좋아지는 스타일이에요. 오빠(조정석)의 처음 느낌은 ‘그냥 좋은 사람’이었을 뿐이에요. 하지만 좋은 사람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여러 번 만나고 얘기를 하고,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되게 좋아졌어요. 됨됨이가 올바르신 분이라고 느꼈고, 되게 배려심이 깊고 진실도 느껴졌어요. 그런 면이 제일 좋았고, 일이나 예술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말이 잘 통해서 좋았어요.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라 좋아요.
▶그렇다면 조정석은 거미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든다고 하나.
-비슷해요. 저랑 똑같은 생각이었어요. 제가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이 좋다고 했어요. 제가 노래하는 걸 좋아했다고 하는데 저도 그건 똑같아요. 연기하는 모습의 팬이었어요. 하지만 연기나 노래가 큰 작용을 한 것 같진 않고 오히려 서로 이성으로 보게 된 것은 그 외의 모습들 때문인 것 같아요.
▶조정석과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하냐.
-얘기할 때요. 살면서 겪는 소소한 이야기부터 해서 각자 지금 일을 하고 있잖아요. 일에 관한 게 잘 통해요. 제 음악에 관한 것을 얘기해 준다거나 모니터를 해준다거나 오빠 영화에 관한 얘기를 할 때, 예술적인 얘기를 할 때 특히 통하고, 같이 알게 된 주변 지인이나, 가족, 친구들을 보면서 느낀 감정들이 비슷해서 대화가 끊이지 않아요.
▶서로 그렇게 잘 통한다는데도 싸울 일이 있을까 궁금하다.
-티격태격도 하죠. 어떻게 웃기만 하겠어요.(웃음) 근데 거의 안 싸워요. 싸워도 그 자리에서 푸는 편이에요.
▶조정석이 작곡도 한다고 들었는데 곡을 달라고 한 적이 있나.
-곡 달라고 한 적도 많아요. 같이 기타 치면서 코드를 오빠가 잡으시면 제가 거기다 멜로디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같이 작업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멜로디가 신선하거든요. 코드들이 인디 성향의 곡들이 많아요. 기타로 하시니까요.
▶마냥 행복해 보이는 두 사람인데,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막 그런 생각은 안해요. 모르겠어요. 마음은 한다면 이 사람이랑 하고 싶지만, 그건 진짜 제 맘대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둘 다 그런 생각이더라도 또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 거라서 또 그런 상황이 되도록 노력을 하긴 하겠지만 그래서 지금 딱 말씀을 못 드리겠어요. 저희가 뭐 구체적으로 내년, 내후년이라고 정해 놓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만약 결혼을 한다면 축가는 누구에게 듣고 싶은가.
-축가...저는 사실 너무 결혼식 축가를 많이 해서 그런지 결혼식에 대한 환상이나 그런 것이 없어요. 가끔 미안하기도 해요. 친구나 가족들도 물어보는데 가능하면 안하고 싶고(웃음), 한다면 외국 뭐 어디 가거나 시골에 가서 진짜 친한 친구들이랑 파티를 하고 싶은데, 그래도 결혼은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잖아요. 집안에 어른도 있고 그러니까 해야 되겠죠? 그렇다면 제일 가깝고 저희 사이를 제일 축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해주면 좋겠어요. 만약에 (조정석이) 직접 하고 싶다고 하시면 그것도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본인이 직접 쓰신 곡으로 해주면 좋겠네요. 그러면 의미가 있겠네요.
▶이쯤에서 가수로서의 행복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리메이크 앨범으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인가.
-리메이크 앨범은 데뷔 때부터 하고 싶었어요. 다들 애창곡이 있잖아요. 제가 가수이다 보니 그걸 제 스타일로 바꿀 수도 있는 유리하고도 좋은 상황이더라고요. 요즘에 때마침 90년대 음악이 사랑을 받고 있었어요. 근데 대부분이 댄스 음악이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아서, 90년대는 진짜 많은 장르들의 노래들이 사랑을 받았거든요. 그 이외의 할 수 있는 음악을 해보는 게 어떨까 싶은 생각에 90년대 음악을 하게 됐어요.
▶이번 앨범에서 특이한 점은 남자 가수들의 노래로만 선곡이 되었다는 점인데,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그동안 다른 분들의 리메이크 앨범을 들어봤을 때 제 개인적인 느낌이 있었어요. 너무 뭔가 음악적으로 부담을 느끼셨는지 어려운 편곡이나, 대중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장르로 많이 변화를 시도했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내가 만약 리메이크 앨범을 한다면 듣기 쉽게 편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또 그렇게 되면 변화를 못 느끼실까봐 목소리로 변화를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남자 가수들의 곡을 하게 됐어요.
▶타이틀곡 ‘해줄 수 없는 일’은 친구 가수 박효신의 곡이다. 수많은 박효신의 곡 중 왜 이곡을 택했나.
-효신이의 노래가 나왔을 때 저는 연습생이었어요. 나머지 곡들은 나왔을 때 막연히 음악이 좋아서 노래를 즐기면서 들을 수 있었던 곡들이었어요. 하지만 효신이의 ‘해줄 수 없는 일’은 즐기지만은 못했던 시기에 나온 곡이거든요. ‘아 이런 소문만 듣던 친구가 나왔구나. 정말 잘한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라는 고민이 많았던 시기라서 특별한 의미가 있어요. 또 제가 이번에 리메이크 앨범을 내지 않았다면 이 시기에 1집 때 냈던 정통발라드를 다시 한번 해 보고 싶었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그 비슷한 장르의 곡이기도 하고, 저한테도 의미 있고, 친구의 데뷔곡이기도 하고...여러 가지 면에서 ‘해줄 수 없는 일’이 타이틀이 될 수밖에 없었어요.
▶그 노래를 한다고 했을 때 박효신의 반응은 어땠나.
-저는 못 물어봤어요. 망설이고 있었어요. 혹시 안했으면 하는데 부담을 느낄까봐. 그런데 회사 부장님이 친분이 있으셔서 저 몰래 물어 보셨나 봐요. 마음이 없는 것 같으면 다른 걸로 하자고 하시려고 했나 봐요. 그런데 효신이가 너무 당연히 “거미가 한다면 저야 좋죠. 잘 만들어 주세요”라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에 저랑 만나서 얘기를 했는데, 그 친구가 좀 힘든 상황이라서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그냥 내가 잘해볼게”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알았다고,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녹음 다 끝나고 나서 들려줬더니 좋아했어요.
▶아무래도 남자들의 곡들을 리메이크 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어떤 곡이 녹음할 때 가장 어려웠을까.
-‘해 줄 수 없는 일’이 제일 어려웠어요. 남자분들의 곡이 여자분들의 곡보다 음폭이 되게 넓어요. 저음은 되게 낮고 고음은 되게 높고 그래요. 효신이의 곡은 특히나 그게 심하니까. 남자분이 부를 때는 티가 잘 안 나는데 제가 부르니까 도입부 부분이 더 낮게 들려져서 혹시나 이게 자칫 잘못하면 감정 전달이 잘 안되고 루즈하게 들릴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그렇게 안 들리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감정도 제일 많이 몰입을 해서 불러야하는 곡이었던 것 같아요. 너무 많이 울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이렇게 세세한 표현들을 한마디 한마디에 담아야 돼서 힘을 빼고 했어요.
▶힘을 빼고 부르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선배들이 감성 표현을 할 때 왜 간결해지는지 이제 느끼게 됐어요. 옛날 저 데뷔 했을 때 음악을 들어보면 흉내는 낼 수 있는데, 그때 감정이 막 되살아나진 않아요. 그때는 이별을 하면 막 울고불고 슬프고 안달복달하고 이런 감정을 노래에 담았어요. 지금은 그래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이제 안 거죠. 그러다 보니까 음악을 표현할 때 힘을 빼게 됐어요. 이것도 참 세월의 흔적 같아요. 울고 싶어도 눈물이 안 나는 것, 그건 경험해 봐야 아는 것 같아요. 그걸 아니까 노래 표현이 되는 것 같아요.
▶가수 신승훈의 곡이 리메이크 되는 일은 정말 드문 일인데, 신승훈의 ‘로미오&줄리엣’을 선택한 이유는.
-제가 가수 강타 이후 가수로서는 2번째로 신승훈 오빠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강타 씨는 졸라서 리메이크했고, 저한테는 하라고 했다는 게 차이점이에요(웃음). ‘로미오&줄리엣’은 옛날부터 찜해 놨던 곡이에요. 승훈이 오빠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선배님인데 오빠의 음악 중에서는 발라드는 건들지 못하겠다는 느낌이 있어요. 어떻게 바꿔도 좋지 않거든요. 딱 오빠의 곡은 오빠 창법과 감성, 멜로디만 소화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심지어 본인이 본인 노래를 편곡하시는데 원곡이 더 좋더라고요(웃음). 저는 개인적으로 그래서 발라드는 건들지 않았고, 승훈 오빠 곡들 중에 관객들과 호흡할 수 있는 노래가 많잖아요, 그중 ‘로미오&줄리엣’이 제 스타일에 맞다고 생각했어요.
▶듀엣곡을 많이 선보였는데,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싶은 가수가 따로 있나.
-저는 콜라보 하고 싶은 분들이 많은데 구체화가 되면 말씀드리려고 안하고 있어요.(웃음) 그래야 더 재밌을 것 같아요. 왜냐면 제가 듀엣이나 콜라보 한 적도 많은데 지금까지 안했는데 ‘어 의외의 조합이다’ 이런 게 아니라 ‘아 이런 조합이 있었지’라는 분들이 꽤 계실 것 같아서요. 지금 직접 얘기들을 나누고 있어요. 다 의견이 맞고 상황이 괜찮으면 그때 말씀을 드릴 거예요. 만약 나오게 된다면, 한 분이랑 잘 맞아서 장르를 여러 가지로 해서 미니앨범 형태로 낼 수도 있고, 아니면 각자 다른 곡들을 각자 다른 분들과 그분들의 장점에 맞게 해서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히트곡이 많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명곡인데 의외로 잘 안 알려진 곡들이 있나.
-많은데...(웃음) 제 노래 중에서 제 골수팬들이 되게 좋아하시는 곡이 있거든요? 그게 이유는 저도 모르겠는데 모르는 분들에게 소개해주면 좋아하더라고요. 4집에 있는 발라드 곡 ‘음악이 끝나기 전에’와 윤일상의 곡 ‘따끔’이라는 곡이에요. 이 노래는 발라드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추천을 해보고 싶어요.
▶가수로서의 거미는 마냥 행복하기만 한가. 고민은 없는지.
-방송에 대한 것이 항상 고민이에요. 방송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해요. 왜냐면 요즘 해외 쪽으로 음악프로그램이 워낙 잘 나가니까 우리나라에서는 시청률이 안나온다 해도 파급력이 세고, 어쨌든 음악이 나왔을 때 한 번이라도 비춰져야지 ‘아 나왔구나’라고 아시더라고요. 굳이 음악 사이트를 이용하시지 않는 분들은 그래서 보고 찾아 듣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해야 하나 싶기도 해요. 그건 항상 고민이고, 회사랑도 항상 고민을 나누고 있고 해결해야 한다면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방송을 꼭 해야 한다면 해야겠죠? 하지만 부르지 않는 곳에는 굳이 나가지 않아요.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활동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가수 활동일까.
-방송을 쉬고 막 공연만 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러기엔 나이도 아직 어리고 더 많이 보여드리고 제가 후배님들과 선배님들 사이에서 해야 할 역할도 있는 것 같아요. 또 장르적인 부분에서도 제가 할 수 있는 한 변화를 시도 할 거고, 또 방송도 여건이 허락한다면 계속 활발하게 할 생각이에요. 공연을 소홀히 하지 않고 전보다 더 많이 할 것 같아요. 공연은 확실하게. 소극장 공연이나 버스킹 같은 경우는 이제 거미라는 가수를 떠올렸을 때 그냥 딱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되게도 만들고 싶어요.
▶다음달 소극장 공연을 한다.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나.
-이번에는 앨범도 리메이크 앨범이라서 신곡이나 다른 가수분들의 곡을 커버하는 것 보다는 일단 리메이크 앨범에 들어 있는 곡들 전체랑 제 노래들도 히트곡들이 꽤 많아서(웃음)...꽤 오래됐잖아요. 사실 팬들이 원하는 곡들은 활동하지 않았던 곡들이기는 한데 공연장을 찾아와 주시는 분들은 팬뿐만 아니라 제 노래를 모르셔도 관심있어서 오신 분들도 있기 때문에 리메이크 앨범을 발매한 만큼 리메이크 노래를 많이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경연 프로나 이런 곳에서 커버 했던 선배님들 곡이 많아서 그런 곡들 위주로 하게 될 것 같아요. 또 공연에서 항상 23곡 이상 불렀는데 이번 공연은 곡수를 줄이고 팬들과 팬미팅처럼 얘기를 많이 하려 해요. 궁금해 하시는 것이 많을 것 같아 질문도 받고 대화하는 식으로요.
▶끝으로 이번 앨범에 거는 기대나 성과는 어떤 것인지.
-이미 생각보다 많이 좋아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딱 저랑 비슷한 세대분들이 좋아해 주신다는 게 확연히 느껴졌어요. 왜냐하면 음원사이트들 보면 연령대별로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보는 코너가 있는데 그걸 보면 딱 저랑 같은 연령대 분들 사이에서 순위가 굉장히 높더라고요. 참 그분들에게 제가 많은 추억을 떠올리게 한 앨범을 만들었나 보다 싶은 생각에 뿌듯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어요. 이 곡이 리메이크인지 모르는 친구들에게도 좋다는 반응이 있어서 뿌듯하고 좋았어요. 그게 성과인 것 같아요. 제 음악을 가지고 지나가다 들어도 ‘아 이럴 때가 있었지. 이 노래가 이랬지’라고 한번씩 본인의 추억을 떠올려 봤으면 하는 바람이에요.(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한국경제TV 성지혜 기자
jhjj@b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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