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국산 농산물 소비 확대를 위해 2015년판 ‘신토불이(身土不二)’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최근 수입 농산물이 물밀 듯이 들어오면서 국내 농가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상욱 농협중앙회 농업경제대표(사진)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 농산물 범국민 소비촉진 운동’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대표는 “수입 농산물이 급증하면서 국산 농산물의 가격이 폭락하는 등 농가들의 고충이 큰 상황”이라며 “이를 타파하기 위한 우리 농산물 사랑 캠페인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국산 위협하는 수입 농산물

최근 수년간 체리 망고 등 과일을 중심으로 농산물 수입량이 크게 늘면서 국내 농가를 위협하고 있다. 주요 과일 수입량은 2005년 47만7000t에서 지난해 66만6000t으로 10년 새 40%가량 급증했다. 지난해 망고(전년 대비 72% 증가), 자몽(68%) 등 열대과일 수입이 크게 증가했다. 칠레,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수입 가격이 싸진 데다 국산 과일에 비해 달고 먹기도 간편하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했다는 분석이다. 5년 전만 해도 ㎏당 1만5000원이 넘던 수입 체리 도매가격은 2013년 1만원대, 지난해엔 9000원대로 뚝 떨어졌다.
국산 농산물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롯데마트의 지난 1분기 국내산 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7.8% 급감했다. 참외는 15.7%, 감귤은 9.7%, 사과는 2.1% 매출이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체리는 759%, 블루베리는 507%, 망고는 109% 매출이 급증했다.

국내 과일 시장에서 수입과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분기 29.7%에서 올 1분기 32.6%까지 확대됐다.

김동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산 농산물에 우호적이었던 소비 환경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농경연의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를 보면 ‘가격과 상관없이 국산 농산물을 구입하겠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2009년 37%에서 지난해 29.5%까지 하락했다. 김원석 농협 농경전략본부장은 “이 같은 상황에 뾰족한 대책이 없어 답답함을 호소하는 지역 농가들이 많다”며 “아직도 다 소진하지 못한 사과와 배 물량이 있고, 곧 참외와 수박 물량까지 쏟아질 텐데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국산 고급화로 승부

농협이 국산 농산물 소비 촉진에 팔을 걷고 나선 것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외국산 급증으로 국산 가격까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반적인 농산물 가격을 떠받칠 필요가 있다”며 “국산 농산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농촌경제연구원 연구 결과 국산 농산물은 외국산보다 안전성, 신선도, 맛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구매 용이성, 원산지 표시, 브랜드화 부문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졌다. 농협이 국산 농산물을 고급화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 것도 이 같은 국산 농산물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한 결과다.

농협은 농산물 품평회를 열어 품목별로 명인(名人)과 명품(名品)을 선정해 인증할 계획이다. 명인이 출하하는 농산물은 농협이 100% 책임 구매한다. 농산물 포장지엔 명인 사진과 산지(産地) 이야기 등을 삽입해 스토리를 덧입히고 전국 명인 기획전을 열어 판매처를 확보하기로 했다. 국산 농산물의 강점인 품질과 신선도를 강조해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세종=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