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보다 3배, LTE보다 12배 빨라
40GB 크기의 영화 1편, 6분 만에 내려받아
4개월 만에 가입자 20만 돌파
기가 인터넷 시대가 열렸다. 통신사들은 잇달아 서비스를 내놓으며 속도 경쟁에 돌입했다. 가장 적극적인 통신사는 KT다. 황창규 KT 회장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서다. 황 회장은 작년 취임 이후 기가급 인터넷망으로 연결된 편리한 세상을 뜻하는 ‘기가토피아(GIGAtopia)’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현재 광랜 속도보다 최대 10배 빠른 유선 인프라, 기존보다 3배 빠른 광대역 4세대 이동통신(LTE) 무선 인프라를 융합한 기가토피아를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가급 유·무선 서비스를 집에서
KT는 지난달 초 집과 사무실 등에서 기가급 무선 인터넷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올레 기가 와이파이 홈’ 서비스를 내놨다. 이 서비스의 최고 속도는 867Mbps(초당 메가비트). 와이파이보다 3배, LTE보다 12배 빠르다. 40기가바이트(GB) 크기의 초고화질(UHD) 영화 1편을 6분 만에 내려받을 수 있다. AP(무선접속장치)의 메모리 용량도 기존 대비 2배 크다. 온 가족이 동시에 접속하거나 UHD TV 등을 이용해도 속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음영지역에서 연결이 끊어지는 현상도 줄었다.
KT 관계자는 “기가 인터넷 가입자들이 시중에 파는 AP를 설치해 이용할 수도 있지만 품질 비용 등 측면에서 기가 와이파이 홈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사설 기가 AP의 가격은 6만~10만원 수준. KT의 올레 기가 와이파이 홈은 월 3000원(3년 약정)이다. 3년치 임대료를 한 번에 내면 약 17% 할인해준다. 인터넷TV(IPTV)인 올레TV나 기가 인터넷 가입자가 기가 와이파이 홈 서비스를 이용하면 월 2000원만 추가로 내면 된다. 월 5만1000원 휴대폰 요금제에 가입하면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보안성도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KT 관제팀이 365일 24시간 실시간으로 해커 등의 공격을 감시한다.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 전문가가 직접 방문해 점검해준다. 남규택 KT 마케팅 부문장(부사장)은 “집에서도 데이터 요금 걱정 없이 온 가족이 스마트폰을 기가급 속도로 이용할 수 있는 유·무선 기가 시대가 열렸다”고 소개했다.
기가토피아 확장
KT 기가 인터넷 가입자는 지난달 초 20만명을 돌파했다. 작년 10월 서비스를 선보인 지 4개월 만이다. 가입자 증가세가 국내 통신사 가운데 가장 빠르다. KT는 스타벅스, CGV 등 전국 4500개 브랜드 매장, 114개 버스정류장, 111개 아파트 단지, 서울역, 인천공항 등 주요 지역에도 기가 와이파이를 구축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기가 서비스를 내놔 기가토피아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KT가 기가토피아 확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모바일 기기 보급과 이용 행태 변화에 따라 데이터 이용량이 폭증하고 있어서다. 모바일 기기에서 동영상 게임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기는 이용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콘텐츠 용량도 커지는 추세다. SD급 영화 용량은 1GB 안팎이었으나 최근 많이 보는 HD급은 2~3GB, 풀HD급은 4~16GB로 늘었다. UHD급은 30~40GB에 달한다.
고해상도 카메라의 대중화로 사진 용량도 커졌다. 모바일 게임의 그래픽도 점점 더 화려해져 게임을 실감나게 즐기기 위해서는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필요하다. KT관계자는 “5년 내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오면 가전들이 모두 무선 인터넷으로 연결돼 기가급 모바일 인터넷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