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궁으로부터의…' 신들린 가창·탄탄한 연기·빠져든 객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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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리뷰
시대가 바뀌어도 사랑과 미움, 용기와 절망 등 인간의 본질적 감정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인간사의 동질성에 초점을 맞추면 1782년 초연된 오페라도 시간의 간극 없이 몰입할 수 있다. 지난 16~1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도주’는 이런 원리를 포착한 연출이 돋보인 무대였다.
막이 오름과 동시에 무대 앞에 나타난 여섯 명의 젊은이는 극이 진행되는 내내 객석과 작품 속 세계 사이의 거리감을 줄여줬다. 짧은 치마에 하이힐을 신은 여자, 세미 정장이나 후드티를 입은 남자 등 현대적 차림의 20대 청년들은 두 가지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몸짓으로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풍부하게 표현하는 동시에 관객의 모습을 극 중에 투영했다.
예를 들면 여주인공 콘스탄체가 연인 벨몬테를 그리워하며 아리아 ‘아! 나는 사랑했었네(Ach, ich liebte)’를 부를 때 젊은이들은 멍하니 고개를 떨군다. 연인과 원치 않게 헤어진 후의 심리를 실감나게 표현한 것이다. 이는 관객이 직접 자신만의 기억을 더듬으며 극에 빠져들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이번 무대로 국내 관객과 처음 만난 오페라 연출가 김요나의 아이디어다.
주·조연의 흔들림 없는 가창과 연기력이 안정적으로 극을 받쳐줬다. 콘스탄체 역의 소프라노 박은주는 작품의 백미인 아리아 ‘그 어떤 고문이라도(Marten aller Art)’를 신들린 콜로라투라 창법으로 노래했다. 양희준은 완고한 모습이 오히려 웃음을 자아내는 오스민 역을 성공적으로 재창조하며 저음의 베이스를 무난히 소화해냈다. 톡톡 튀는 블론데 역의 서활란은 무대를 활기차게 이끌었다.
작품의 배경인 터키의 궁은 작은 원에서 방사형으로 뻗어나간 무늬가 반복되는 흰색 구조물이다. 현대적이고 깔끔하면서도 다채로운 조명에 따라 터키풍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후궁으로부터의 도주’는 가장 모차르트다운 오페라로 불리는 작품이다. 모차르트 결혼 직전의 작품으로 징슈필(노래와 대사가 분리된 독일 노래극) 특유의 톡톡 튀는 발랄함에서 짙은 낭만이 묻어난다. 여기에 현대적 해석까지 가미해 썩 괜찮은 21세기 오페라로 재탄생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막이 오름과 동시에 무대 앞에 나타난 여섯 명의 젊은이는 극이 진행되는 내내 객석과 작품 속 세계 사이의 거리감을 줄여줬다. 짧은 치마에 하이힐을 신은 여자, 세미 정장이나 후드티를 입은 남자 등 현대적 차림의 20대 청년들은 두 가지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몸짓으로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풍부하게 표현하는 동시에 관객의 모습을 극 중에 투영했다.
예를 들면 여주인공 콘스탄체가 연인 벨몬테를 그리워하며 아리아 ‘아! 나는 사랑했었네(Ach, ich liebte)’를 부를 때 젊은이들은 멍하니 고개를 떨군다. 연인과 원치 않게 헤어진 후의 심리를 실감나게 표현한 것이다. 이는 관객이 직접 자신만의 기억을 더듬으며 극에 빠져들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이번 무대로 국내 관객과 처음 만난 오페라 연출가 김요나의 아이디어다.
주·조연의 흔들림 없는 가창과 연기력이 안정적으로 극을 받쳐줬다. 콘스탄체 역의 소프라노 박은주는 작품의 백미인 아리아 ‘그 어떤 고문이라도(Marten aller Art)’를 신들린 콜로라투라 창법으로 노래했다. 양희준은 완고한 모습이 오히려 웃음을 자아내는 오스민 역을 성공적으로 재창조하며 저음의 베이스를 무난히 소화해냈다. 톡톡 튀는 블론데 역의 서활란은 무대를 활기차게 이끌었다.
작품의 배경인 터키의 궁은 작은 원에서 방사형으로 뻗어나간 무늬가 반복되는 흰색 구조물이다. 현대적이고 깔끔하면서도 다채로운 조명에 따라 터키풍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후궁으로부터의 도주’는 가장 모차르트다운 오페라로 불리는 작품이다. 모차르트 결혼 직전의 작품으로 징슈필(노래와 대사가 분리된 독일 노래극) 특유의 톡톡 튀는 발랄함에서 짙은 낭만이 묻어난다. 여기에 현대적 해석까지 가미해 썩 괜찮은 21세기 오페라로 재탄생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