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대국민 메시지
"세월호 고통 딛고 함께 일어나 힘 모아야"
분향소 폐쇄…헌화 못해
남미 순방 출국에 앞서 이날 사고 해역인 전남 진도 팽목항에 들른 박 대통령은 현장에서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정부는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다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관련해선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됐고 민관 합동 진상 규명 조사위가 출범해 곧 추가적인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며 “피해 배상이나 보상도 제때에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세월호의 고통을 딛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길에 나서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희생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하면서 “갑자기 가족을 잃은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 아픔이 지워지지 않고 늘 가슴에 남아서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도 제 삶을 통해 느껴왔다”며 “좌절은 희망을 잃게 하고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지만 우리 스스로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난 1년간 겪었던 슬픔에 좌절하며 그냥 주저앉아 있을 수 없다. 이제 모두 함께 일어나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일에 힘을 모아 나가자”고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낮 12시께 팽목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팽목항 분위기는 차가웠다. 희생자·실종자 가족들이 정부에 항의하는 뜻에서 분향소를 임시 폐쇄하고 팽목항을 떠난 뒤여서 박 대통령은 가족들과 만나지 못했다. 당초에는 가족들을 만나 위로한 뒤 준비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박 대통령은 현지에 차려진 분향소에 들러 헌화와 분향을 하려고 했지만 가족들이 테이블과 실종자 사진 패널로 입구를 막아 이마저도 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분향소 옆에 있는 실종자 가족의 임시 숙소를 둘러본 뒤 방파제로 이동했다. 방파제 주변에는 ‘세월호를 인양하라’ ‘대통령령 폐기하라’ ‘박근혜 정부 규탄한다’고 적힌 플래카드가 여러 장 걸려 있었다. 박 대통령은 수행한 장관들과 청와대 참모들을 앞에 둔 채 바다를 뒷배경으로 미리 준비해간 대국민 발표문을 읽었다.
박 대통령은 발표문을 낭독한 뒤 팽목항을 떠났다. 청와대는 팽목항과 경기 안산 분향소 방문 등 여러 가지 안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팽목항에서 돌아온 뒤 오후 4시30분께 첫 순방지인 콜롬비아로 향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